정태인(鄭泰仁)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전 산업 분야에서 실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한국의 안보, 주권,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한국인들은 제조업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경쟁력이 좋아 실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국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농업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미국은 철강에서 특수강, 조선에서는 잠수함, 전함, 유람선, 반도체에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 섬유도 특수섬유 고어텍스를 만드는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이 경제적 실익을 차지하고 한국이 외교안보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미 FTA 체결은 미국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은 중국 쪽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같은 구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한미일 삼각동맹이 북중러 동맹과 대립관계가 되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남북관계 역시 이로 인해 손상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 발 더 나아가 한미 FTA 체결이 한국의 주권과 민주주의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시장이 모든 걸 결정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로 만들 것이며 그러면 양극화는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며 "특히 투자자-국가 제소권이 보장되면 관련 제소는 한국의 행정법원이 아닌 제3의 기구의 몫이 돼 한국의 사법권이 유명무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협상이 끝났다고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빨리 분석해 국민에 알리고 이후 국민투표로 체결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특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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