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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한국노총, 50년 전으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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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한국노총, 50년 전으로 회귀"

"내 이름은 권영길" 하지만 "민노당, 뭘 하고 있는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꿨다"고 말하고 다닌다. 11일 조합원 교육을 위해 찾은 GM대우 부평공장에서도 이 위원장은 이 말로 말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의 새 이름은 '권영길'이다.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민주노총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요즘 하루에도 수차례씩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 '계급 투표'의 중요성을 강의하기에 바쁘다. 취임하자마자 3개월에 걸친 현장대장정을 마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시 현장을 돌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이 민주노총 잡아준다니 지지하는 것 아니냐"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꿨다"고 말하고 다닌다. 11일 조합원 교육을 위해 찾은 GM대우 부평공장에서도 이 위원장은 이 말로 말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의 새 이름은 '권영길'이다.ⓒ민중의 소리 허환주 기자

11일 오전 경기도 부평 GM대우자동차 공장 홍보관에서 700여 명의 조합원들을 앞에 두고 시작된 이 위원장의 강의는 자연스럽게 전날 있었던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얘기부터 시작됐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역사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시절 얘기를 꺼냈다. (☞관련 기사 : 이명박과 한국노총의 '이상한' 연대)

"1957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삼선 개헌을 하지 않으면 총파업 하겠다고 했고 1959년에는 이승만이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으면 총파업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어제 바로 한국노총이 그 1950년대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표 찍는 것은 자유라고 하지만 조직적으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으로서)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곳곳에서 "강성 노조를 없애겠다"는 발언을 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가 언급한 '강성노조'가 민주노총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농담처럼 "이명박 후보가 민주노총을 때려 잡아준다고 하니까 한국노총이 지지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국노총의 선택에 대해 이 위원장은 교육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설마 설마 했었다"며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이번 선택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9만 여 명의 조합원을 제외하고는 (지도부가 이명박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노동자 후보인 권영길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호소문도 내겠다"고 했다.

"이명박이나 정동영이나 마찬가지…'반(反)한나라당 주장' 답답하다"

이 위원장이 민노당 지지를 호소하면서 늘 하는 비유는 '개구리 왕국' 얘기다. "개구리 왕국에서 아무리 '친(親)개구리적'인 뱀을 뽑는다고 해서 그 뱀이 개구리를 안 잡아 먹는 것은 아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이날도 조합원들에게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노동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되돌아보자고 호소했다. 기자들에게도 "정동영이나 이명박이나 신자유주의 신봉자임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죽이려는 자와 살려는 자의 싸움이 될 테니 더 극렬해지겠지만 정동영 후보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교묘하게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탄압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노총 내에서도 "한나라당은 안 된다"며 민노당보다 범여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논리와 똑같다. 이 위원장은 그런 주장이 "답답하다"고 했다. "친개구리적인 뱀도 개구리 잡아먹는 뱀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대선도 끝나기 전에 비례대표 꿈꾸며 몸 사리는 사람들 있다"
▲ GM대우부평공장을 찾아 조합원 교육 중인 이석행 위원장. ⓒ민중의 소리 허환주 기자

마치 대선 후보처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하고 있는 이 위원장이지만 민노당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얼마 전까지 민중경선제를 놓고 민노당과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이 위원장은 민노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했다. "대선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오늘 이 얘기하고 나면 내가 신이 떨어져서 (조합원 교육을) 못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장은 '참아 왔던' 불만과 답답함을 짧게 내비쳤다. 민중경선제 무산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대선에 임하는 민노당의 자세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큰 일 앞에 두고 하는 '꼬라지'가 이게 뭐냐"고 말했다. "대선도 끝나기 전에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이름까지 거론되던데 그 사람들은 자기 몸 사리려 하는 건지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는 "엊그제 민노당에서 7억 원만 빌려달라고 공문이 왔는데 우리도 돈이 떨어져서 사무총국 간부들 생계비도 못 주는 상황"이라며 "총알이 떨어졌다는데 여러분이 세액공제 좀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기자들 앞에서는 좀 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7억 빌려 달라 하기 전에 문성현 대표부터, 당직자들부터 자기 집 맡기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민노당의 집권을 위한 이 위원장의 발걸음도 오는 18일이면 모두 끝난다. 이명박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민주노총은 선거 이후 어떤 길을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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