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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통령선거 이후의 영화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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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통령선거 이후의 영화계가 두렵다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얼마 전 게재된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실로 오랜만에 본 명쾌하고 설득력있는 정세 분석이었으며 현재의 참여정부가 그동안 뭘 잘했고, 또 뭘 잘못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과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무려 70매를 넘는 인터뷰에서 특히 이 얘기가 눈에 띈다. "해방공간에서의 민족 개념과 지금의 민족 개념은, 그리고 거기에 뒤따르는 민족주의는 다릅니다. 그리고 해방공간에서의 진보적인 생각과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는 지금의 이데올로기 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해방공간의 생각을 지금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해방공간의 책만 읽습니다. 그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많이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21세기 새로운 단계에서 살아가지 않습니까? 진보주의를 얘기해도 새로운 단계에 맞는 진보주의를 얘기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소위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던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옳은 지적이다. 대개 사회적 진보의 가치를 배우기 위한 첫 단추의 학습을 위해 '해방전후사의 인식'부터 읽기 시작하는데(우파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사상적 계보를 만들기 위해 1,2년전 이에 반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책을 발간했다) 문제는 남 전 장관의 얘기대로 모든 사회적 역사적 사고의 프레임을 바로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940년대의 시선으로 2007년의 현재를 분석하려고 하니 이게 뭐가 안맞아도 한참 안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반미면 좀 어떠냐'던 현 정부에서 이라크에 파병도 하고 미국과의 FTA도 먼저 나서서 체결하려고 하는 이율배반적이고도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 정부가 왜 좌파든 우파든 모두에게서 지지리도 욕을 먹고 있는지 해석이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을 좀 바꿔야 하는데, 참으로 그게 어렵다. 왼쪽에 있는 사람이든 오른 쪽에 있는 사람이든. 영화판도 마찬가지다. 한번 영화판에 들어와 일을 한 사람은 감독이든, 제작자든, 배우든 이상하게 자신이 속했던 집단의 논리와 그 강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얼마 전 초청돼 사회를 맡았던 한국영화인원로회(회장 최지희) 세미나는 사람의 머릿 속에 굳어진 관념과 편견이 얼마나 지독한 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발제를 맡은 정용탁 교수(한양대), 조희문 교수(인하대) 김종국 교수 (홍익대) 등은 영화계 원로 등을 대상으로 지난 10년의 국내 영화계는 좌파 정권과 그 정권의 수혜자 때문에 망가졌으며 그 과정에서 영화계 대선배들이 작품 한편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소외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어떻게든 새로운 정권을 세워 영화계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주장 가운데 하나가 영화진흥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데 정말 그럴까.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좌파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영화계 원로들이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을까? 원로들 말고도 영화계 내에는 주변부로 밀려난 인력들이 너무 많다. 이른바 20,30대의 '88만원 세대'는 영화계 내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좌파정권이었다면 이 '88만원 세대'는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있어도 소수여야 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수많은 젊은 영화학도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희문 교수 등의 논리가 허구적이고 '혹세무민적'이며, 순진한 원로들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건 바로 그때문이다. 생각들을 바꿔야 한다. 2007년 현재의 세상에 맞게 생각들을 바꿔야 한다. 그런 걸 두고 바로 실용주의라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실용주의란 이데올로기가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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