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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지난 2년간 '조용히' 3000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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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지난 2년간 '조용히' 3000명 해고"

금속노조 발표…"외환위기 이후 총 해고인원 8000명" 주장도

삼성SDI 부산공장에서 지난 2년 동안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된 정리해고로 모두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삼성SDI가 추진 중인 정규직 1050명의 외주화까지 포함하면 2005년 8월부터 올해 말까지 모두 4000여 명의 정규·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되는 셈이다.

금속노조(위원장 정갑득)는 6일 사내기업 및 하청업체에 직접 확인을 통해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상용 금속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브라운관이 사양산업이라 할지라도 PDP에 신규 라인을 만드는 등 충분히 고용승계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SDI는 기존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신규 일자리에 최저임금만 주고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위 '무노조 경영'으로 노동조합이 없는 삼성에서 '희망퇴직'의 형태로 정규직에게까지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에 개별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오상용 직무대행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어 신분 보호 등의 문제로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오는 2008년 이내에 삼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삼성 노동조합 설립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규직→사내기업→사내하청→해고…삼성의 '조용한' 정리해고 수법
▲ 삼성SDI 부산공장에서 지난 2년 동안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된 정리해고로 모두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삼성SDI가 추진 중인 정규직 1050명의 외주화까지 포함하면 2005년 8월부터 올해 말까지 모두 4000여 명의 정규·비정규직이 해고되는 셈이다.ⓒ프레시안

삼성SDI의 정리해고는 '조용히' 이뤄졌다. 정규직을 일단 '사내기업'이라고 불리는 업체로 전환배치 시킨 뒤 이들을 다시 한 단계 아래의 사내하청 업체로 내려가게 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사내하청 업체의 폐업, 즉 이들의 정리해고다.

사내기업은 기존의 삼성 정규직 퇴사자만으로 구성된 업체다. 형식적으로는 처음부터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차이가 있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사실상의 사내하청 업체인 것이다. 삼성에는 A급, B급, C급 노동자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구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삼성SDI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정규직 2500여 명을 사내기업으로 전환시켰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이들 가운데 다시 708명을 쫒아냈다"고 밝혔다. 또 17개 사내하청업체 2398명 가운데 11개 업체가 폐업하면서 2098명이 집단 해고를 당했다.

지난 1998년 삼성SDI에서 정리해고를 반대하다 해고된 송수근 씨는 "외환위기 전에 가장 많을 때는 1만 명이 근무하던 공장인데 현재 남은 정규직 인원이 3300여 명"이라며 "이 가운데도 10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하니 지난 10년 사이 소위 '희망퇴직'의 형태로 8000명이 넘는 사람이 길거리로 쫓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50명은 귀농하고 200명은 삼성중공업으로"…구체적 계획까지 적시

삼성SDI가 추진 중인 정규직 1050명의 정리해고는 지난 11월 5일 노사협의회에서 처음 나왔다.

삼성SDI는 당시 "50명은 귀농하고 50명은 도시창업하고 삼성중공업 사내기업으로 200명을 전환배치하고 삼성SDI 천안공장 등 관계사로 360명을 전환배치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들고 나왔다. 퇴직자들의 향후 계획까지 내놓으면서 삼성SDI가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가 내놓은 계획대로라면 1050명 가운데 560명은 타 사업부로 전환배치되더라도 500여 명이 해고되거나 하청업체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또 비록 560명의 정규직은 '살아남더라도' 꼭 그 자리만큼 기존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것이다. 지난 3월 업체 폐업으로 해고돼 8개 월 째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SDI하이비트 해고자들이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삼성 노무팀, 미행 좀 세련되게 하세요!")

현재 이 문제를 놓고 노사협의회가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균 금속노조 울산지부 부지부장은 "6차까지 노사협의회를 벌였지만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삼성SDI 사이의 입장차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특히 브라운관 공정 폐쇄를 위한 이 같은 정리해고 계획에 정규직이 아닌 180명 가량의 사내기업 노동자는 포함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사내기업 및 사내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난다는 것.

"브라운관은 다 자르고 PDP공정은 새로 비정규직 채용"
▲ 소위 '무노조 경영'으로 노동조합이 없는 삼성에서 '희망퇴직'의 형태로 정규직에게까지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에 개별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프레시안

삼성SDI의 이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는 브라운관 공정의 수익성 문제와 연관돼 있다. PDP등에 밀려 국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삼성이 의지만 있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PDP, LCD 공정 등에 고용승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지난 2006년 4월 울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PDP 4라인, 5라인, 6라인을 신설을 통해 총 3000여 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영균 부지부장은 "이미 4라인이 완공 돼 가동 중이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정규직은 사내기업이나 하청업체로 내몰거나 해고시키고, 신규 일자리는 최저임금 수준만 줄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

김영균 부지부장은 "시대가 변해 주력 산업이 바뀌더라도 우선 자기 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의무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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