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선거법에 의해 설치, 운영하고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영상)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주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방송인총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MBC 노조 등 언론단체의 비난이 쏟아졌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박성제)는 6일 성명을 발표해 "선거방송심의위 결정은 전형적인 정치권 눈치 보기"라며 "선거방송심의위는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5일 <시선집중>이 지난달 22일 'BBK 의혹'과 관련해 에리카 김 씨를 인터뷰한 것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11일로 예정된 방송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최종 결정된다.
MBC "대선 후보 검증은 언론의 기본적 의무"
MBC 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선거방송심의위의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대선 후보의 정책과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주장했다.
MBC 본부는 "에리카 김 인터뷰는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취재·보도행위였으며 한나라당에도 똑같은 분량으로 반론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선거방송심의위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선거방송심의위 결정에 대해 반박했다.
"한나라당 억지에 선거방송심의위가 동조하다니…"
한국방송인총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국민의 알권리와 방송의 공정성ㆍ형평성 등을 고려해야할 선거방송심의위가 한나라당 억지에 동조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번 선거방송심의위의 조치에는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적"이라면서 "방송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들의 착각이 아니라면 수구집단이 유포하고 있는 대세론에 편승한 줄서기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책임을 물었다. 이는 방송협회 추천한 심의위원인 남선현 방송협회 사무총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방송인연합회는 "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이고, 누구를 위한 선거방송심의위란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이번 대선을 후보들의 자질 검증이 철저히 봉쇄되고, 특정집단의 미디어 무력화를 통해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가려진 채 진행되는 '그들만의 대선'이라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특정정파에 줄서기로 가닥을 잡은 선거방송심의위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선거방송심의위의 해체를 주장했다.
민언련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언급조차 하지 말라는 건가"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논평을 발표해 선거방송심의위 결정을 반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이 사건이 '재판이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 등으로 <시선집중>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는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개념을 '기계적 균형' 수준으로 축소시킨 매우 편협한 결정"이라면서 "이런 결정으로 인해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민언련은 비난했다.
민언련은 또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주요 내용인 이명박 후보의 BBK 연관 의혹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라면서 "이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은 곧 사건은 '축소.은폐'하자는 것이며, 한나라당의 이익을 지지.대변하는 것으로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런 결정이 이어져 선거방송이 후보자의 객관적 의혹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못하고 이런 보도를 할 때마다 공정성 시비에 부딪쳐야 한다면 우리 선거보도는 후보들의 나팔수 이외에 무슨 기능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민언련은 "MBC를 비롯한 방송사가 이런 부당한 조치에 의기소침하지 말고 대선후보와 관련한 도덕성 검증과 정책검증 보도를 활발하게 해나가기 바란다"며 "방송사들의 선거보도는 '정치인의 눈에 밉보이지 않는 내용'이 아니라 '유권자의 결정과 선택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MBC를 "편파방송"이라고 비난하면서 당 지도부가 2차례 MBC를 항의 방문했다. 또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에도 2차례 출연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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