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삼성증권이 이재용 씨 남매 및 삼성 핵심인사들의 재산증식 및 경영권 승계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3일 "'JY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 등 각종 문건을 검토한 결과 삼성SDS이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씨 등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기획하고 계열금융기관이 동원된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용 씨가 삼성SDS의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1999년 2월 26일 삼성SDS는 '제20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총액 230억 원어치 발행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7150원이었다.
같은 날 SK증권은 총액인수계약에 근거해 BW를 전량 인수했다. SK증권은 이를 사채권(bond)과 신주인수권(warrant)으로 나눠 사채권은 삼성증권에게 사채유통수익률 10%를 적용해 218억 2000만 원에, 신주인수권은 11억 8000만 원에 이재용 씨 남매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6명에게 매각했다.
이후 삼성증권은 사들인 사채권을 이재용 씨 등 6명에게 한 푼의 수수료도 없이 같은 금액으로 전량 매각했다. 이재용 씨는 현재 삼성SDS의 지분 중 9.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증권은 중간매입, 최종 매입은 이재용'…SDS서 이미 결정
경제개혁연대는 "주목해야할 것은 삼성그룹 계열금융기관인 삼성증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SDS 경영진들이 사전에 이미 중간매입자를 '삼성증권'으로, 최종 매입자를 이재용 씨 등 6명으로 정하고 주간사인 SK증권에게 그 사실을 통보한 정황에서 드러난다.
BW 발행 1주일 전인 1999년 2월 19일 삼성SDS는 갑자기 긴급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했다.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삼성SDS는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 BW를 발행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사건이 일반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님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장회사인 삼성SDS의 주식가치를 주당 7150원으로 계산한 점도 '헐값'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부분이 쟁점이 돼 참여연대는 배임혐의로 삼성SDS 이사진을 고발했는데, 검찰은 '7150원'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같은 시기 주식거래사이트에서는 5만8500원 가량으로 거래되고 있었다"며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세청이 이재용 씨 등에게 86억8700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식을 5만3000~6만 원에 평가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7150'원은 명백한 '헐값'이라는 것이다.
삼성SDS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편법승계' 의혹은 이는 이미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아주 유사하다.
1996년 10월 갑작스럽게 자금조달방안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에버랜드는 20일만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CB발행을 결정했다. 한달 여 후인 12월 3일 이사회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포기한 CB를 이재용 씨 남매에게 배정했다. 이재용 씨 4남매가 당시 취득한 지분은 64.7%에 달했다.
조직적 개입, 배임, 그리고 '봐주기 수사'
에버랜드와 다른 점은 중간 단계에 삼성증권이 개입돼 있다는 점. 경제개혁연대는 "일련의 과정은 삼성SDS나 삼성증권 등의 독립적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처럼 구조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즉 삼성SDS의 BW 발행은 회사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재용씨 등 총수일가에게 삼성SDS의 지배권과 막대한 시세차익을 넘겨주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1999년 당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고발한 삼성 SDS 이사진과 이학수 감사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삼성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특검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2005년 이 사건에 대해 3번째 고발을 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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