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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 고발한 다큐영화로 멕시코 사회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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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 고발한 다큐영화로 멕시코 사회 발칵

[할리우드통신] 루이스 만도키의 <협잡 멕시코 2006>, 논쟁 일으켜

<하얀궁전><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엔젤 아이즈> 등의 작품으로 잘알려진 루이스 만도키(55)감독이 고국인 멕시코에서 정치적 논쟁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대선에서 저질러졌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다큐멘터리를 최근 개봉, 전국적인 흥행 신드롬과 함께 막강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 270개 극장에서 개봉된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협잡, 멕시코 2006(Fraude, Mexico 2006)>. 극장마다 영화상영이 끝나면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는 등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관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선거부정 규명을 촉구하거나 패배한 좌파후보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이름을 연호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멕시코시티의 극장체인 시네멕스에서는 영화 상영도중 무려 20분이나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극장체인 경영진의 자체적인 검열로 판단한 관객들이 직원들과 싸우는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일부 직원들이 항의하는 관객들을 향해 욕을 퍼붓고 우파 '펠리페 칼데론(현재 대통령)' 이름을 외쳤던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협잡, 멕시코 2006>은 개봉 2주만에 약 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멕시코 상업극장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매우 이례적인 흥행세이다. 만도키 감독은 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놀랍고 행복하다"며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엔딩 타이틀의 제작진 이름들이 다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더라"고 감격해했다. 뉴욕타임스는 <협잡, 멕시코 2006>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런 현상은 지난해 멕시코 대선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2일 실시된 멕시코 대선은 '박빙 승부'의 결정판이었다. 이 선거 결과 때문에 당시 '면도날처럼 얇은(razor-thin) 표차'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7100만명의 유권자 중 60% 정도가 참가한 투표에서 우파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35.8%를 득표, 35.3%를 얻은 좌파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겨우 0.5% 포인트 앞섰다. 불과 24만 3000표차였다. 좌파는 개표과정에서의 부정을 주장하면서 , 전체 표의 재검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친우파 성향인사들이 포진해있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재검표 관련 법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오브라도르 측의 요구를 일축했고, 이후 대법원은 개표결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려 칼데론의 승리를 최종선언했다. <협잡, 멕시코 2006>에서 만도키 감독은 당시 선거과정을 시간 순으로 재연함으로써, 오브라도르 후보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개표과정에서의 조작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신 선거유세과정에서 멕시코의 기득권층이 오브라도르에 대해 어떻게 흑색선전을 했으며 불법 선거운동을 저질렀고 민심을 왜곡시켰는가를 세세하게 드러냄으로써 멕시코의 뿌리깊은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있는 것. 만도키 감독은 비센테 폭스 당시 대통령 등 공식자들이 불법으로 칼데론 지원에 나섰는가 하면, 오브라도르를 '경제망칠 좌파 전체주의자'로 선전했고, TV 라디오 인터넷 등에 광고 공세를 퍼부어 오브라도르에 대한 악의적인 메시지를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브라도르는 영화 속에서 인터뷰를 통해 당시 자신이 네거티브 선전전략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런가하면, 영화는 개표과정에서 투표함이 불법으로 먼저 개봉된 사례가 발견됐는가하며 등록유권자수보다도 표 숫자가 더 많이 나온 선거구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제시하고 있다. 만도키 감독은 오브라도르의 자서전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을만큼 그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제작자인 페데리코 아레올라 역시 오브라도르의 최측근 인사이자 , 멕시코의 이름난 언론인 겸 기업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두사람은 <협잡, 멕시코 2006>을 극장에 걸기까지 숱한 난관을 겪었다고 한다. 당초 배급을 약속했던 워너 멕시코 지사가 막판에 '상업성 부족'을 이유로 내세워 취소를 통보했던 것. 만도키와 아레올라는 워너 멕시코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배급취소를 결정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워너멕시코측은 "멕시코 영화시장 상황에서 다큐영화의 성공가능성이 낮았기때문에 취소결정을 했을뿐"으로 해명했다. 결국 만도키는 소규모 배급회사와 손잡고 어렵사리 영화를 극장에 거는데 성공했다. 오브라도르 지지자인 30대 중반 남성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 지난 대선결과에 대해 늘 의구심을 품어왔다 .평소 다큐영화는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영화를 보니 분노가 치솟았다 .우리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직을 도둑질 당했다는 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흥분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런가하면 칼데론 지지 관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영화내용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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