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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뚱녀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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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뚱녀는 즐거워!

[최광희의 휘뚜루마뚜루 리뷰] <헤어 스프레이>

12월 6일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헤어 스프레이>를 언론시사회에서 봤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네 번 감탄했다. 첫번째, 뚱녀 역할로 나온 니키 브론스키.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등교길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장면부터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노래 잘한다. 두번째, 내년이면 쉰살이 되는 미셸 파이퍼. 인종 차별주의를 상징하는 악역을 자처해 자신의 매혹을 혐오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세번째, 존 트라볼타. 30년 전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육감적인 춤 실력을 뽐내며 스타덤에 오른 바 있는 그 춤의 대가께서 친히 주인공의 뚱보 엄마 역할로 출연해 흔쾌히 엉거주춤 스탭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헤어 스프레이>. 뮤지컬 특유의 경쾌함 속에서도 자칫 관객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정치적이고도 교훈적인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들이대는 배짱!
헤어 스프레이
자, 이 정도라면, <헤어 스프레이>에 대한 상찬을 위해 더 긴 미사여구를 동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승전결적 논리 전개나 구구절절 설명에 강박을 가지고 계신 독자들을 위해 몇마디 더 보태자면, 이 앙증맞게 귀여운 뮤지컬 영화는 재미있다. 무엇보다 뮤지컬 본연의 미덕을 잊지 않으므로 눈과 귀가 즐겁다. 그리고 (요즘 영화평에다 이런 말 쓰면 마치 시류에 뒤떨어진 취급을 받기 일쑤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미녀는 괴로워>처럼 굳이 '성형'이라는 우회 작전이 아니더라도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똥침을 이처럼 통렬하게 작렬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할리우드의 축적된 장르 내공으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그 증명을 수행하기 위해 <헤어 스프레이>는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이자 시대 배경인 1962년의 아이콘과도 같은 헤어 스프레이는 영화 속에서 외모 지상주의와 위선적 인종 차별주의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헤어 스프레이, 즉 '가오 잡기 위해 일부러 부드러운 머릿결을 딱딱하게 만드는 가스'의 조장된 신화를 뚫는 힘은 바로 인간의 원초적 미덕인 유연함을 사랑하는 것이다. 유연함이란 결국 '다름'을 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소수자의 포용력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설파한다. 포용과 투쟁의 결과물로써 진정한 화합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뮤지컬 장르 본연의 에너지로 극대화함으로써 자칫 지루한 계몽으로 흐를 수 있는 메시지는 훨씬 더 큰 설득력을 갖게 된다. 감독이자 안무가 아담 쉥크만은 그걸 잘 알고 있는 게 틀림 없다.
헤어 스프레이
이영자도, 조정린도, 하다 못해 빅 마마도 살을 빼야 하는 말라깽이들의 세상이다. 신나게 들썩이고 한참 웃고 나면 곱씹을만한 묵직함이 가슴에 남는다. 설령 이 판타지와 현실과의 괴리에서 얻어지는 씁쓸함일지라도 우리는 적어도 무엇이 올바른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영화가 확보한 최고의 미덕이다.
Tip: <헤어 스프레이>는 알려져 있다시피, 1988년 존 워터스가 감독한 영화를 2002년 뮤지컬로 각색한 것을, 다시 영화화한 것이다. 진정한 원소스 멀티유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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