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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으로 통합교육의 첫걸음을 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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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으로 통합교육의 첫걸음을 딛다

['장애가 덜 불편한 사회'를 찾아서]<17> 스위스 장애인학교


'신체 및 중증장애아를 위한 취리히 시립학교'(Schule der Stadt Zürich für Körper-und Mehrfachbehinderte SKB)의 등교 시간이 끝나갈 무렵. 학교 앞 마당에 가득했던 휠체어용 통학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사라지고 번잡스럽던 마당이 조금씩 조용해질 때쯤, 청바지를 입은 조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나왔다.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면 어울릴 것 같은, 이 학교의 교장 이시도르 리드베크(Isidor Riegweg) 선생님이다.

취리히 장애인학교는 1959년 뇌성마비 어린이를 위한 1개반에서 출발했다. 1995년부터 뇌성마비 이외의 신체장애아들을 받기 시작했고, 칸톤 취리히가 통합교육 방침을 취하면서 2000년부터 이 학교도 일반학교와 교환학생제을 실시하고 있다. 스위스는 26개의 칸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칸톤마다 교육제도가 다르다. 칸톤 취리히의 교육은 취리히 학교,스포츠 담당청에서 운영한다.

학생을 보낼 때는 선생님도 함께 간다

2007학년도 시립 장애인학교의 학생 수는 73명. 교환학생 수는 10명이다. 2000년부터 통합교육이 정책적으로 실시되면서 일반학교로 학생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 2명이었던 교환학생이 10명으로 늘었다. 학생들을 보낼 때는 선생님도 함께 간다. 장애학생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취리히장애학교의 임무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료 검진 등 장애학생 관련 행정은 이 학교에서 맡아서 한다. 단, 일반학교로 간 학생은 일반학교의 졸업생이 된다. 고등학생이 일반 학교로 가는 경우는 없다.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간다.
▲ ⓒ프레시안

스위스에서는 석사 과정으로 3년짜리 특수교육 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이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반학교보다 보수 등에서도 낫다. 교장은 인성 등이 중요시 되냐는 질문에 "이런 상황이 주어지는데도 하겠는냐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합이 100%가 넘는 것은 중복장애를 장애별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휠체어 탄 학생은 45명은 기저귀를 차야 하는 학생은 23명이었다.)

이웃 학교와 이어진 운동장

1층은 학습 자료들이 있는 준비실이 있었다. 오래된 전통을 가진 학교답게 구석구석 기구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정리는 잘 되어 있었다. 1층에서 옆으로 운동장이 이어져 있었다. 운동장에는 쉬는 시간을 맞아 많은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학교의 운동장은 이웃한 일반 초등학교 운동장과 이어져 있다. 이웃한 초등학교와의 사이에 있는 문도 을 열어놓았다. 리드베크 교장은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일부러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건물 안에서는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놓인 복도 한쪽에 휠체어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쉬는 시간에 마음대로 타거나 치료용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지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높낮이 조절 가능한 가스와 개수대, 중요한 것은 밑에 놓는 찬장 등이 있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휴게실은 까르르하는 여고생들의 웃음 소리가 들릴 것처럼 귀엽게 꾸며져 있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지하층에는 컴퓨터실과 베틀 등이 놓인 실습실이 있다.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 기술을 배우는 곳이다. 작은 상담실도 마련되어 있다.

월요일에 상담교사가 하루종일 나온다. 트레이닝 치료를 하는 곳은 매트리스 등과 운동 기구 등이 모여 있는데 조금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한다. 복도에는 자전거가 와글와글하다.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개인용 자전거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자전거도 몇 개 보인다. 물리치료실도 이 층에 있다. 중학생부터 사용한다.

1층에는 식당이 있다. 시에 소속된 요리사들이 배달을 한다. 최대 24명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주로 중학생들을 위한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학생용 휴게실이 있고 교실에는 불어와 영어로 된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 반에는 알파벳이 큼지막하게 적힌 키보드가 있다. 손으로 누를 수 없는 학생을 위해서 학교에서 특별히 제작한 컴퓨터다.

2층은 읽고 쓰는 게 불편한 중증장애아들을 위한 층이다. 들어가면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 학생들이 여러 명 각자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있다. 실로폰을 눌러보는 학생도 있고 공을 넣은 욕조에서 여러 가지를 만져보며 감각을 익히는 학생들도 있다. 매트에는 아무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 한 명이 누워 있다. 중증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의 수는 7명. 학생 1인당 교사 1인 정도의 비율이다.

학교에서는 수업과 치료 그리고 보살핌이 함께 이루어진다. 부모와 교사, 치료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IAB)과 부모와 학생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SBmE)가 1년에 한 번 마련된다. 이때 학생의 상태와 발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루어진다. SBmE 모임에서 교장이 빠진 SBoE 모임도 있다. 그 외 수시로 치료사회의가 이루어진다.

무리하지 않고 준비를 철저하게

18세가 되면 교육 과정이 끝난다. 인지력이 뛰어나고 근력도 충분한 경우라면 젤트베스(Zeltwes)에 있는 상업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졸업생 중 약 80%는 장애인작업장으로 간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력 인정 조치는 특별하게 없다. 장애인학교는 일반학교와는 수준이 다른 목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초등-중등-고등 과정도 나이가 아니라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 정해진다. 한 학년 진급은 과정을 마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의 완수 정도에 따른다.

칸톤 취리히에서는 통합학교 개념이 없다. 10명의 학생들도 모두 다른 학교로 갔다. 일반학교에 간 학생도 장애인 학교의 학습 성취 과정을 따른다. 리드베크 교장은 통합학교가 늦게 일반화되는 것에 대해서 "스위스가 보수적이라서 제일 먼저 개혁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위스는 무리하지 않았다. 장애학교를 보살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가를 수없이 고민하면서 만들어낸 제도로 보인다. 한 명씩 한 명씩 학생들을 보내면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일반학교에도 갖춰질 것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통합학교에서 보았듯이. 리드베크 교장은 "장애인을 받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며 "5년 후면 통합학교 개념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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