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어야…"

정상명 검찰총장, 퇴임사에서 '청렴성' 강조 눈길

'BBK', '삼성' 수사가 완료되기 전에 임기를 마치고 검찰을 떠나는 정상명 검찰총장. 그는 퇴임사를 통해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에만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23일 열린 퇴임식에서 "진실 추구만이 가장 높이 존경받는 길임을 깊이 명심하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하겠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정 총장은 이어 "청렴하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입은 검찰 법복은 유리와 같이 투명하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절제하고 또 절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청렴'을 강조한 것은 최근 '삼성로비 대상 검사 명단' 등의 의혹이 터져나오며 위협받고 있는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장은 "지금 검찰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 복판에 놓여 있고, 온 국민이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총장의 퇴임사 전문이다.
  
친애하는 검찰공무원 여러분!
  
  저는 오늘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검찰총장의 소임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인권과 정의의 수호'를 지표로 삼아, 매일매일을 검찰총장이 된 첫날의 희망으로 시작하였고, 하루하루를 임기 마지막 날인 것처럼 후회 없이 발자취를 정리하며 보낸 2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사람이 큰 허물없이 막중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과 국민들께서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검찰'을 만들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면서, 국민 앞에 네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정의롭게 법을 집행하고, 인권 존중의 수사 방식을 실천하며, 조직 안팎의 수사지휘 기능을 확립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피나는 노력으로, 국민적 염원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이제 튼튼한 토대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대기업과 국제자본의 비리를 파헤치고 부정부패를 척결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인권존중과 국민만족'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 잘하는 검찰'을 향한 100대 과제를 선정하여 밀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실질적 인권옹호 기능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체계를 정비하고, 부장중심제를 확립하였습니다.
  
  솔개가 사력을 다해 오래된 부리와 깃털을 뽑고, 철저하게 변신하여 창공을 박차 오르듯이, 과감한 교육혁신 등을 통해 검찰의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고생스럽게 하는 일이었습니다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검찰이 변화되었는지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입니다.
  
  다만, 일 잘하는 검찰의 기틀이 조금이라도 갖추어졌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검찰가족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단지 대한민국과 검찰의 미래를 향한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의 작은 밀알이 되었다면 그것을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지금 검찰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 복판에 놓여 있고, 온 국민이 검찰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려운 일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30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담아 여러분께 간단하게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검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저는 공명정대한 자세와 진실에 대한 열정이 검찰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합니다.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는 눈(雪)으로 덮여 있지 않습니다. 검은 빛의 암벽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입니다.
  
  '진실 추구'만이 가장 높이 존경받는 길임을 깊이 명심하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에만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청렴하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당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입은 검찰 법복은 유리와 같이 투명하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절제하고 또, 절제하시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검찰에 부여된 사명의 무게를 항상 느끼고, 겸손한 자세를 가다듬어 주십시오. 화려한 깃을 자랑하는 공작새도 자신의 발밑을 돌아볼 때는 깃털을 접는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늘 돌아보고 성찰하는 겸허함이 여러분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절제와 겸손으로, 오직 "참된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정진하여, 대한민국 검찰의 진면목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무거운 책무를 벗고, 국민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국민들께서 베풀어주신 과분한 은혜를 갚기 위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울고 웃던 추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대한민국 검찰의 발전을 성원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미욱한 이 사람을 '인간미가 있는 검찰총장'이었다고 잠시나마 기억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대한민국과 검찰은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탁월한 지도력과 훌륭한 인품을 겸비하신 신임 임채진 검찰총장님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을 만들어주십시오.
  
  '진실의 빛을 꺼내 세상을 밝히는 것'이 검찰의 사명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서, 제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대한민국 검찰과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07년 11월23일
  
  검찰총장 정 상 명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