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남들은 이럴 것이다. <바르게 살자>와 <식객>이 전국 200만을 넘겼다고. 그래서 기쁘다고. 하지만 프레시안무비는 그게 그리 기쁘고 반갑지가 않다. 그보다는 <스카우트>가 망하고 <세븐데이즈>의 실험이 잘 안먹힌 것이 아쉽고 화가 난다. <스카우트>의 전국 성적은 20만이 채 안되는 수치. <세븐데이즈>는 35만 가까운 성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해외 리메이크 판권까지 팔렸다) 일종의 미드형(미국 드라마型) 상업영화를 시도해 봤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번에 가늠해 내기가 애매한 수치였다. 앞으로 한국 상업영화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된다는 건지, 조금 더 다른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건지,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신 <색,계>의 흥행성적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이안의 영화가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그게 혹시 '완전 무삭제'라는 광고 문구 덕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것일까. 어쨌든 사람들이 이안의 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 게 좋은 일일 수도 있다. 부디 좀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몰리기를 희망할 뿐이다. 아일랜드産 독립영화 <원스>가 15만 관객을 넘겼다. 짝짝짝.진정으로 박수를 보낸다. 다소 어거지 감이 있긴 하지만 로버트 레드포드의 <로스트 라이언스>가 15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배급상황을 보면 다소 속 빈 강정이다. 전국 170여개의 스크린 수를 배급사의 20세기 폭스의 파워로 밀어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경 이유를 들어 보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폭스 본사에서는 이 영화가 망해도 좋으니 '할리우드의 정치적 자존심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많은 스크린에서 되도록이면 길게 상영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할리우드도 이럴 때가 있다. 이럴 때의 할리우드는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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