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의 마지막 최대 변수로 떠오른 김경준(41) 씨가 미국으로 도주한 뒤 6년 가까이 지난 16일 오후 한국에 송환돼 검찰청사로 압송됐다.
김 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BBK 회삿돈 횡령 혐의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은 이날 오후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선후보 등록 기간(11월25~26일)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또 대선일(12월19일)을 33일 앞둔 시점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인지 등의 각종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을 지에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6시8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 앞에서 약간 긴장한 듯 하면서도 간간이 웃음을 지었지만 입을 다물었고, 7시5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해서는 취재진 규모에 놀란 듯 당황해 하면서도 말을 할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수사관들의 재촉에 밀려 청사 안에 들어섰다.
김 씨는 공항 도착 때보다 더 여유있는 표정이었고 로비에서 "일부러 이 때 온 거 아니다. 민사소송이 끝나서 왔다"고 말한 뒤 곧바로 수사관들에 에워싸여 10층 보안구역 내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김 씨의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밤 12시까지 3시간 가량 조사한 뒤 13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송환 피로' 등을 감안해 일단 서울구치소로 보내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체포 시한이 18일 오전 5시께로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해 17일 오전부터 조사를 재개한 뒤 이날 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이나 ㈜다스의 경영 및 BBK 투자 과정에 이 후보가 연관됐는지 여부 등을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집중 수사할 내용은 ▲김 씨를 기소중지한 뒤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적용했던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사문서 위조 혐의 ▲김 씨에 대한 ㈜다스의 사기 고소 사건 ▲㈜다스 주식 매각 또는 백지신탁 불이행에 따른 이 후보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신당이 이 후보를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이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선후보 등록일 등을 고려해 기한을 정해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최대한 신속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 처리하겠다"고만 밝혔다.
또 이 후보 측근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참고인 조사도 했지만 누구를 상대로 어떤 내용을 조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언급해 특별수사팀 구성 이후 기존 수사 자료에 대한 검토 외에 상당한 정도의 수사가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도 한나라당 경선 당시의 국민검증위원회 조사단에 BBK 관련 조사 기록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해 300여 쪽의 자료를 건네받았다.
검찰은 특히 김 씨가 BBK와 이 후보의 연관성을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주장해온 반면 한나라당은 그가 '위조 전문가'인 점을 들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할 것이 뻔해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 당국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 현지 법원에 수감돼 있던 김 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15일 낮 12시10분(현지 시간) 출발한 국적기에서 체포영장을 집행, 우리 시간으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 씨는 BBK와 옵셔널벤처스를 운영하다 2001년 12월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 384억 원을 빼내 미국으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던 중 우리 법무부가 미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함에 따라 2004년 5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연방수사관 등에 의해 체포된 뒤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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