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회 참가자의 절규가 거리에 울려퍼졌다. 기자들은 순식간에 그를 둘러싸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플래시를 터트렸다. 머리 위에서 저공비행하는 경찰 헬리콥터 소리는 경찰의 구령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1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07 범국민행동의날'의 광경 중 일부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농민, 노동자, 노점상, 장애인, 학생 등 3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회, 비정규직 철폐, 이라크 파병 연장 중단 등을 요구했다. (☞ 관련 기사 : "군사독재정권이 돌아왔다!")
그러나 애초 이날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방침에 따라 2만 여명의 경찰이 참가자들의 행진을 곳곳에서 막아 충돌이 빚어졌고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랐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가운데 60여 명이 부상하고 110여 명의 참가자가 연행됐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대선 때문에 집회 금지? 탄핵반대 집회는 왜 놔뒀나")
"막는다고 막아지나…오늘 대회는 민중의 승리"
오후 3시 30분경 노동자 대회에 이어 곧바로 행사가 시작됐다. 애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금지 방침에 따라 시청 앞 광장 자체가 경찰버스로 봉쇄됐고, 참가자들은 시청역에서 남대문까지 이르는 도로에 집결해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이날 100만 민중 대회를 성사할 것을 약속했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연단에 올라 "오늘 저는 민중의 승리를 선언한다"며 운을 뗐다.
권영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공권력을 노동자, 농민, 서민을 살리는 데 쏟는게 아니라 이들을 짓밟는 데에만 쏟고 있다"며 "비열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대회를 가로막았지만 결국 우리는 이뤄냈다"고 밝혔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민주주의 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은 경찰에서 나오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집회 대오 앞뒤를 막아선 경찰은 방송차량을 통해 "여러분들은 지금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누가 혼잡을 부추기나"…경찰 곳곳서 폭력진압·교통통제
그러나 1시간 남짓 진행된 본행사가 끝난 뒤 광화문사거리에서 예정돼 있던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려던 집회 참가자들은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참가자들은 을지로 방향과 서소문 방향 등 두 갈래로 나뉘어 광화문사거리로 진입하려고 했지만 이미 경찰버스로 사거리로 진입하는 길목들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참가자들이 "경찰은 평화로운 촛불문화제를 막아서지 말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격분한 일부 참가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경찰버스를 넘어가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려대며 이를 저지하려다 실패하자 전투경찰을 동원해 강제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진압봉에 맞거나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또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등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도 진압봉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부상을 당해 넘어져있는 이들도 방패와 진압봉을 이용해 구타하기도 했다.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부산 건설노조 박광기(41)씨는 경찰 진압봉에 맞아 안면 부위가 함몰됐다. 또 서대문 새문안교회 언더우드 교육관으로 들어온 참가자들을 경찰이 따라 들어와 진압을 시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경찰의 광화문사거리 봉쇄로 인해 시내는 오후 내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탄핵 반대 집회나 예전 집회들도 광화문에서 열렸지만 이렇게 혼잡하지는 않았는데, 경찰이 혼잡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6시 경 광화문사거리 진입에 성공한 집회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 가량 정리 집회를 진행했다.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원천 부정하고 집회를 공권력으로 가로막은 정부를 규탄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오는 12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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