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검찰은 사건 고발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전면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는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참여연대‧민변 "고발하라고 해서 고발했더니 리스트 내놓으라니"
민변과 참여연대는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당초 '고발이 없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하다가, 고발을 하니 떡값 검사 의혹 때문에 사건 배당을 할 수 없어서 본격 수사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며 "왜 검찰은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말과 행동을 바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는 검찰 스스로 수사를 포기하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냐"고 물으며 "떡값 검사의 존재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김용철 변호사 등을 조사해 밝혀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 사건 고발의 핵심 취지는 떡값 검사의 존재에만 있지 않다"며 "삼성의 불법 비자금, 불법 지배권 승계 의혹 등 해소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데, 삼성의 핵심 내부인사였던 김 변호사의 증언 이상으로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 시간 벌기인가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참여연대, 민변이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을 통해 "고발인들도 우려하는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로비 대상' 검사들의 명단 제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명단이 밝혀져야 사건을 어느 부서에 배당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이와 같은 입장은 검찰 입장에서 보면 일면 타당성을 갖고 있다. 검찰 최고위층에 이른바 '떡값 검사'가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이어서,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해당 검사들을 수사팀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을 때 사제단 측에서 리스트를 공개하며 "수사팀에 문제의 검사가 포함돼 있다"고 공격해 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검찰이 인지해 내사를 해온 사건이 아닌 이상, 급하게 수사에 착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보인다. 이밖에 "검찰 수사 상황을 봐서 리스트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의 입장도 검찰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언제까지 '로비 대상 검사 리스트'를 요구하며 수사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 등이 검찰 리스트 공개를 꺼리고 있는데다, 김 변호사 측은 이번 수사의 본질은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지배구조 승계, 재경부‧국세청 등 경제부처에 대한 로비 의혹이라고 지목한 이상 '검사 리스트 공개'를 요구하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계속 미루고 있기는 힘들 듯
공교롭게도 시점이 이명박 후보 연루설이 제기된 BBK 의혹과 관련해 곧 김경준 씨가 국내로 송환되는데다가 조만간 검찰총장의 교체도 이어지는 시기여서, 검찰로서는 시기를 잡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또 고발 내용이 방대하고도 전면적인 수사를 요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고, 만약 수사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밀 유지를 위해 검찰이 외부에는 소극적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조만간 김 변호사 측이 고발인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김 변호사가 고발인 조사에서 어떤 자료를 내놓느냐이다. 검찰 출신인 김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대비해 구체적 자료에 대한 폭로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상대 편이 다 준비하도록 내 카드를 모두 꺼내 보여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 여부는 김 변호사에 대한 고발인 조사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변호사 측은 "검찰이 시간을 끌면 삼성이 증거를 은폐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검찰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김 변호사를 소환할지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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