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도 소문이라는 게 돈다. 촬영 과정에서 감독이 스탭들에게 린치를 당했다더라, 모 감독과 여배우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더라. 내가 연예 기자도 아닌 이상, 귀담아 들어봤자 큰 쓸모 없는 소문이고, 또 땐 굴뚝에서 연기 안날 경우도 적지 않아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소문들이다. 그러나 거의 들어 맞는 소문들도 있다. 어떤 영화 지금 편집 중인데 촬영 본이 워낙 엉망이라 감독이 편집실에서 쫓겨났다더라, 이런 소문 나는 영화, 십중 팔구 개판 오분전인 퀄리티일 경우 많다. 그 영화 끝내준다더라, 라는 소문도 비교적 신빙성이 있다. 이런 소문 난 영화 치곤 별로였던 경험이 별로 없다. 오늘 언론 시사회를 통해 본 <세븐 데이즈>도 소문이 썩 괜찮았다. 모처럼 괜찮은 장르 영화 한 편이 나올거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이 영화에서 형사로 등장하는 배우 박희순은 무대 인사에서 "구차한 포장은 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보십시오."라고 했고, 원신연 감독은 시사에 온 극장주들을 의식해 "스크린 독과점 안될 정도로만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과연 자신감 가질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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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데이즈 |
나 역시 긴 설명 하지 않겠다(영화 줄거리는 다른데서 보시라). 스릴러 영화를 소개하면서 긴 설명하는 것은 잘난 척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못된 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냥 몇마디 보태면 이렇다. 브라이언 싱어의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며 경악했거나,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죽이는' 이야기 하나 못만드나 싶었던 분, <24>나 <프리즌 브레이크><C.S.I> 등 미드 스릴러의 치밀함과 정교함에 푹 빠져 보신 분, <세븐 데이즈>를 보시라. 후회 없을 것이다(무슨 약장사 멘트 같긴 하지만, 영화사에서 시사회 표 말고는 받은 것 없으니 안심들 하시라). 지난해 기가 막힌 폭력 영화 <구타 유발자들>로 세간의 좁은, 그러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원신연 감독은 어떻게 이런 종류의 장르 영화를 요리해야 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감독임에 분명하다. 정신 없이 빠르게 장면을 편집하고, 또 정신 없이 요란하게 카메라를 흔들어 대면서도, 중심을 놓치지 않고 천천히 관객을 이야기의 핵심으로 끌고 들어가는 솜씨는 그가 이미 장르에 통달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높은 완성도는, 입에 침이 마를 칭찬이 아깝지 않다. 모처럼 잘 만든 스릴러의 전율을 만나니 반갑고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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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데이즈 |
<세븐 데이즈>는 배우 박희순의 매력을 재발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남극일기>나 <귀여워> 등으로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막무가내형 비리 경찰이지만 정도 많고 의협심까지 갖춘, 다소 전형적일 뻔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 것은 온전히 그의 연기자적 내공이다. 더불어 건달 보스로 등장한 우리의 오광록도 진가를 발휘한다. 그의 입에서 나와야 제대로인 명대사는 이번에도 예외가 없다. "신문지가 날 때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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