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11일, 독일의 작은 도시 부퍼탈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전시 '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은 독일에서 7년째 유학중이던 동양출신 무명작가 백남준(1932-2006)의 첫 개인전일 뿐이었지만 훗날 비디오아트의 출발을 알린 전시로 미술사에 기록된다.
백남준이 화랑 전관에서 1960년대 서구 대중문화의 우상이던 TV를 12대나 해체해 늘어놓고 피아노 4대, 거울, 전축 등을 마구 설치한 개인전의 개막식은 플럭서스 운동의 기수로 유명했던 요제프 보이스가 나타나면서 난장판으로 변한다.
백남준과 친분이 있던 보이스는 어디선가 도끼를 들고 들어와 피아노 한 대를 박살내 전시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언론의 혹평을 받았지만 백남준은 독일 예술계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객석의 관객은 이런 소동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1950년대 중반부터 플럭서스 운동의 주변에서 일어난 행위예술과 퍼포먼스 등을 관객의 입장에서 사진으로 찍어 온 만프레드 레베(71)는 이 전시도 놓치지 않았다.
독일정부에서 노동국장까지 지낸 관료출신 미술애호가인 레베는 백남준의 부퍼탈 전시는 물론, 그 이전의 플럭서스 운동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레베가 찍은 부퍼탈 전시회 사진 36장을 비롯해 70여 점의 백남준 관련 사진, 백남준을 후원한 또다른 애호가인 로젠크란츠 부부의 컬렉션 등 12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백남준 1주기 추모전에서 23일부터 공개된다.
미술관은 레베의 부퍼탈 전시회 사진 세트 등을 최근 구입해 백남준 컬렉션을 보강했다.
1950-1960년대의 백남준을 회상할 수 있는 초기 자료를 집중적으로 모은 이번 전시에서는 부퍼털 전시에서 사용됐던 '쿠바TV'가 소개된다. 로젠크란츠 부부가 소장하고 있는 '쿠바 TV'는 지금은 화면이 나오지는 않지만 겉모습은 갖추고 있어 초기 TV작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가 만들어 지난 1월 1주기 행사에서 소개됐던 회고영상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도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백남준의 뒤를 이어 비디오아트 작업을 하고 있는 재불작가 김순기 교수(61ㆍ프랑스 디종대)가 23일 강연회를 갖고 영상 '백남준 안녕Ⅱ'(1984년)를 상영하며, 레베는 24일 강연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23일부터 5월6일까지.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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