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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기적인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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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기적인 한국사회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39> "돈 쓸 때는 차별 안 하면서…"

모 국가출신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A씨.
  
  그는 한국인이 사장인 공장에서 일을 한다. 그의 하루 노동시간은 오전 8시~오후 8시. 점심시간은 12시~1시. 저녁시간은 6시~6시30분이다. 이것은 기본근로시간이고, 여기에 연장근로가 더해질 때면 밤 10시, 혹은 12시까지 일한다. 간간이 새벽 2~3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토요일은 대체로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일요일은 한 달에 두 번 쉰다. 일하는 일요일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오후 5시이다.
  
  이렇게 해서 그가 받는 월 임금은 130만~140만원 사이. A씨는 자신이 그만큼 일한 대가로 받는 그 돈이 적정한지 어쩐지는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이 일을 한 대가로 사업주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국인들이 그 공장에 일하러 오지 않고 어쩌다 오더라도 며칠, 길어야 한 달을 넘기지 못하는 것을 늘 보았을 뿐이다. 월급에서 이런저런 공제액을 제하고 난 후 그의 실 수령액은 120~130만원 정도이다.
  
  그 중 60~70만원 가량은 본국으로 송금한다. 나머지는 한국의 은행에 저금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쓴다. 핸드폰을 사고, TV를 사고, 오디오도 사고, 몸 누일 침대도 사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옷이며 신발이며 화장품 등을 사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수퍼마켓에서 필요한 일상용품을 사 쓰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거나 음식재료를 사고, 맥주나 소주를 마시고, 술 안주로 '삼겹살'도 즐겨 구워먹고, 직장의 한국인-외국인동료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비록 적지만) 축의금도 내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과 약국에서 치료도 받고 약도 사먹고, 한국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여기저기를 다닌다.
  
  만약 A씨가 회사 기숙사에서 기거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월세방을 얻어 매달 20~25만원 정도의 월세를 낸다. 그리고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공과금도 낸다. 또 한국의 물건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본국의 가족들을 위해 한국의 가전제품, 학용품 등을 사서 보낸다.
  
  때로는 한국의 중고자동차, 중고컴퓨터 등도 사서 보낸다. 때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작은 파티를 하거나 놀러가거나 할 때에도 한국산 물건과 한국산 음식으로 파티를 즐기거나 논다.
  
  A씨의 생활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남성 이주노동자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만약 그의 노동시간이 적다면 월 급여액은 더 적어진다. 반대로 그의 노동시간이 이보다 많다면 월급은 좀 더 많아진다. 만약 여성이주노동자라면 같은 시간을 노동한다 해도 월 급여액은 더 적어진다. 만약 그가 기숙사에 거주하고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회사에서 부담한다면 그가 한국에서 소비하는 돈은 조금 더 많아진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오래 체류했고, 집안에 따로 돈 버는 사람이 있고, 가족이 없는 미혼이라면 송금하는 돈보다 이 땅에서 소비하는 돈이 더 많다. 소비성향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송금액과 소비액의 비율을 비교해보면 비슷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월급액의 50~70% 가량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난 나머지 돈들을 모두 '이 땅에서 소비'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거주 외국인지원조례안> 제정을 둘러싸고 진통이 일고 있다. 전국 81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안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지원하고,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선의로 진행되고 있는 이 조례안 제정 흐름이 오히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가 먼저 그랬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지난 10월 18일,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을 비롯하여 부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가져 부천시의 <거주 외국인지원조례안>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합법과 불법'으로 나누어 차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였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로 이 조례안은 부결되었으나 그렇다고 지역의 모든 이주민들을 평등하게 대우하기로 된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보통의 이주노동자로서 생활하는 A씨. 그가 불법체류이거나 합법체류라고 해서 그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A씨가 공장에서 일해서 생산해낸 제품들은, 그 제품을 사서 쓰는 한국인들은 그의 체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A씨가 한국에서 먹고 쓰고 자고 여가를 보내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파는 한국인들은 더더욱 그가 합법체류이든 불법체류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국인에게 일이나 소비생활을 통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이주민에 대해서 한국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인들은 그의 체류자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한국인들이 그들에게 잘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할 때에는 그들의 체류자격을 따진다. 참 이상한 나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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