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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화 드라마, 성표현 한계 논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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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화 드라마, 성표현 한계 논란 뜨겁다

[할리우드통신] 영화 <색, 계>, HBO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계기로 불붙어

주류영화와 드라마에서 성표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른바 '소프트 포르노'와 '포르노그래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물의 내면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선 섹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섹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감독은 과연 연기자에게 예술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을까. 또, 배우가 만약 거부한다면 직업정신이 부족한 것일까. 최근 미국영화와 TV드라마계에서 성표현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이 잇달아 보도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미국 영화관객들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얻어온 이안 감독의 논쟁적 새영화 <색,계>가 최근 개봉한데다가, 이번 가을 시즌부터 케이블채널 HBO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시리즈 <사랑한다고 말해줘(Tell Me You Love Me)>가 보기 드물게 노골적인 성표현으로 시청자와 평론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언론들은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드라마의 성표현 터부를 과감하게 깨뜨리고 있는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영화관은 물론 거실 한 복판에서 주류문화와 포르노그래피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색, 계
유럽 및 일본영화(파트리스 셰로의 <인티머시>, 카트린 브레야의 <로망스>,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등) 또는 미국의 일부 진보적인 비주류영화(빈센트 갈로 <브라운 버니>, 존 카메론 미첼의 <숏버스>등)에서나 시도됐던 '리얼섹스(real sex)' 또는 '언시뮬레이티드 섹스(unsimulated sex)'가 이안의 <색,계>를 계기로 미국 주류영화계에서 부쩍 늘어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이안은 베니스영화제 및 각종 매체 인터뷰에서 두 주인공(탕웨이, 양조위)간의 '리얼섹스'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아왔다. 이안의 오랜 파트너이자 <색,계>의 작가인 제임스 샤머스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도달해보기 전까지는 실재하는지 알 수 없었던 삶의 진실을 두 주인공은 (성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며, 이런 복잡한 심리상태를 생생하게 드러내기 위해선 이른바 주류영화에서 허용돼왔던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20대, 30대, 40대 세 커플의 성과 심리를 해부하는 이 드라마 시리즈는 북미지역에서 지난 9월 9일부터 방송되기 시작했다. 연출진은 영화 <나인 라이브스>등으로 주목받은 로드리고 가르샤, <맨스필드파크>의 패트리샤 로제마 감독을 포함해 6명으로 이뤄져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20대인 제이미와 휴고 부부는 활발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두사람은 그들에게 섹스가 일종의 도피성 마약같을 뿐이란 사실에 내심 갈등한다. 불임으로 고민하는 30대부부 캐롤린과 팔렉에게 성관계는 즐거움이 아니라 아기를 갖기 위한 노동이 돼버렸으며, 40대 부부 케이티와 데이브는 다정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섹스리스'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성상담가인 포스터의 부부생활까지 겹쳐진다. 소재가 이렇다보니 섹스묘사는 대단히 파격적이다. 전면누드, 체모노출은 기본이고 다양한 체위 묘사와 성적대화 장면이 부지기수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섹스 장면 등이 종종 등장하는 드라마시리즈 <로마>나 인기리에 종방된 <섹스 앤드 시티>는 이 드라마에 비하면 평범해보일 지경이라고. 얼마전 기자회견때 나온 첫질문이 "(배우들이) 진짜로 했냐"는 것이었을 정도다. 총제작자인 신시아 모트는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연기자들 간의 '리얼 섹스' 여부에 대한 관심을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일축하면서, "에로티시즘은 전혀 드라마의 의도 및 연출의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적 표현은 오로지 "스토리와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란 것. 특히 그는 "섹스가 내밀한 언어임"을 강조했다. 연출자 중 한사람인 로드리고 가르샤 감독 역시 "남편과 성관계를 맺은 후 침대시트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아내가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냐"며 "불필요한 클리셰(관용적 표현)따위를 모두 없애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20대 아내 제이미 역으로 출연중인 여배우 미셸 보스는 인터뷰에서 "섹스를 포함한 남녀관계를 솔직하고 여과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이 드라마의 목적"이라며 "따라서 당초부터 표현순화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영화 <숏버스>에 출연했던 배우 폴 도슨도 '솔직한' 성표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섹스신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뭐가 다른가. 연기자에겐 자신의 깊은 내면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숏버스>에서의 섹스연기는 내게 가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표현에 관대한 유럽에 비해 미국의 관객들이 더 많은 저항감을 나타내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하다쳐도,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주류 영화 및 드라마의 성표현 수위와 한계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내밀한 감정표현이 반드시 '리얼섹스'를 통해서만 가능한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메리칸필름인스티튜트의 패트리샤 킹 핸슨은 "영화감독(또는 제작자)만큼 일반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내면심리와 섹스표현 수위 간의 연관성에 민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키스와 부분적인 노출이 (리얼섹스보다) 심리묘사에 덜 효과적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어쨋거나, 미국 주류문화에서 성표현의 수위가 꾸준히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1971) 등 과거 X 등급을 받았던 영화들이 오늘날 기준으로는 R등급(보호자 동반없는 17세 이하 관객의 관람금지)이나 PG13(보호자 동반없는 13세이하 관객의 관람금지)등급에 해당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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