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 뿐 아니라 MAF 펀드의 돈세탁 사건에서도 공범이다"(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
"사기범 김경준이 통장을 훔쳐가 사기를 친 거다. 도난당한 차량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해서 소유주가 처벌받아야 하나"(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집중적인 공방이 이뤄졌다.
이날 정무위은 지난 11일 증인 채택 과정에서 한나라당-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인 이후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열린 국정감사였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거의 모든 의원들은 LKe뱅크와 MAF 펀드의 관계 등을 그린 프레젠테이션과 판넬을 제시하며 '시각적 효과'를 주는데 주력해 눈길을 끌었다.
양당 의원들은 전날 신당이 의원 전원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 한나라당 정무위원 8명에 대한 징계안을 두고 잠시 공방을 벌였으나,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을 적극 제기하려는 신당 의원들의 무대응 전략 등으로 이내 '본선'으로 들어갔다.
"왜 이명박 후보를 직접 수사하지 않았나" 질타
신당 서혜석 의원은 이명박 후보를 회장으로 소개한 MAF펀드의 홍보 브로셔를 제시하면서 "이 후보는 실제로 MAF 펀드를 소유해왔으며 돈세탁 과정에도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씨는 '짝퉁 종이회사'인 AM파파스에 2001년 2월 LKe뱅크 주식을 양도한 대가로 100억을 받았다"며 "LKe뱅크와 MAF펀드, AM파파스의 순환투자 구조는 전형적인 불법 돈세탁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날 신당 의원들은 금감위에 대해 BBK 주가조작 사건에 늑장 대응과 부실 수사를 했다고 추궁했다. 서 의원은 여러 정황상 이명박 후보와 관련이 있음에도 직접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김용덕 금감위원장은 "김경준 씨와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된 직원들이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김태년 의원은 "BBK 측이 금감위에 제출한 정관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BBK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계좌 소유자이자 실질 지배자인 이 후보를 조사하지 않고 처리하지 않을 수 있느냐. 부실수사 아니냐"고 다그쳤다.
김 위원장은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 "보통 사안의 경우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당 김영주 의원은 이날 한 일간지에 보도된 현대상선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이 사건에 이명박 후보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연루됐다고 한다"는 설을 제기하며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김용덕 위원장은 "현대상선 주가조작 건은 민원을 받아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김경준이 이명박을 속인 것"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경준 씨의 '단독 범행'임을 증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차명진 의원은 신당 서혜석 의원이 제시한 MAF펀드의 홍보 브로셔에 대해 "내가 집에 상상일기를 써놨는데 그걸 이야기하고 다니면 믿겠느냐"며 "이 브로셔는 허위과장광고로 고발할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차 의원은 "MAF 펀드 주식을 LKe뱅크가 다량 소유했다고 해서 MAF를 사실상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해지(hedge)펀드의 속성을 모르는 것"이라며 "MAF펀드의 주식을 LKe뱅크가 대부분 소유한 것은 이 후보와 김경준 씨가 결별한 이후"라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결국 김경준 씨가 이명박 후보를 속여서 옵셔널 벤처스와 AM파파스를 이용해 주가조작하고 해외 도피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수 의원은 김경준 씨에 대한 미 캘리포니아법원의 범죄인 인도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문을 제시하며 "미 법원은 이 후보가 김 씨의 BBK 정관 위조 계획에 공모하지 않았고 옵셔널 벤처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어떤 금전적인 이득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 김 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모든 범죄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크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은 정동영 후보의 처남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차명진 의원은 정 후보를 '어떤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그 사람의 처남이자 부인인 민준기 씨 등이 주가조작에 관여해 10억 정도의 차익을 얻었고 '어떤 사람'이 이 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활용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방에 참여하지 않은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지난 '황우석 사태'로 전국민의 생명공학 지식이 높아진 것처럼 이번에도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 공방으로 전국민의 금융지식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데 이렇게 해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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