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박살내자!"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 1000여 명의 서울 지역 노점상과 가판대 상인, 고양시 노점상들이 모여들었다. 며칠전까지 고양시청, 서울시의회 앞 등지에서 각각 시위를 벌였던 이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리에서 내쫓길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지역자치단체장들은 대대적인 '거리 청소'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며 가판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냈고, 강현석 고양시장은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31억 원을 노점상 단속 사업에 책정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것이다.
노점상과 가판대 상인들이 이날 이곳에서 '노점생존권 말살, 한나라당 규탄대회'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연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시장에 한나라당 의회…"서민 생계는 관심 밖인가"
"한나라당은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서민은 누구인가? 한달에 500~600만 원씩 버는 이들인가?"
이들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소속 지역자치단체장들이 속속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한마디로 기가 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단체장의 정책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 포진돼 있는 각 지역의회에서 한번 더 탄력을 받아 '무리없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노점 시범거리 조성',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시내 일대에서 대대적인 도시 미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의회는 '가판대 상인 중 재산 2억 원 미만은 올해까지, 나머지 상인은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허가를 연장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3600여 개의 가판대 중 600여 개는 내년 이후 영업을 할 수 없으며 나머지 3000여 개 또한 2009년 이후 상황이 불확실하다.
또 서울시는 지난 22일 한강 고수부지 일대 100여 개의 가판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새 가판을 설치하고 관리할 업체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182명 상인 중 40여 명이 참여한 '한강체인본부'와 '세븐일레븐' 편의점 운영업체인 '코리아세븐'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나머지 140여 명의 상인들은 오는 12월 31일까지 현재 있는 매점을 비워야 한다.
"한나라당의 서민은 한달에 600만원 버는 이들인가?"
강현석 고양시장 역시 최근 "시민의 휴식공간을 잠식하는 노점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까지 고양시는 시내 일대에서 용역직원 300여 명을 동원해 노점상 집중 단속을 벌였고 지난 12일에는 부인과 함께 13년간 붕어빵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해오던 고 이근재 씨는 고양시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자살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물론 유서도 없었다"며 "결코 단속과정에 폭력이 있었거나 과잉단속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양시는 이근재 씨가 자살 전날 단속 과정에서 있었고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한 지난 16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또 고양시는 고 이근재 씨의 장례일정이 끝난 뒤 예정대로 노점 단속을 계속 벌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가족 측은 고양시의 사과와 단속 중단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장례일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기들끼리 배부르고 깨끗하게 살면 그만인지…"
서초구에서 노점을 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오세훈 시장은 물론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도 노점에 대한 정책을 공유하면서 이런 정책을 당론 아닌 당론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돈많은 중산층은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이런 정책을 좋아할 수 있다"며 "돈없는 나머지 절반의 시민은 죽이고 자기들끼리만 배부르고 깨끗하게 살면 그만인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면담을 마친 전노련 측은 "한나라당에서는 '알아보겠다, 노력해보겠다'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며 "서민들을 죽이는 정책을 펴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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