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 앞마당에서 열린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제 2007'에서는 이 같은 특징을 지닌 '영성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길떠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세 시간 가량 이어졌다. 다소 쌀쌀한 날씨 가운데서도 자리를 지킨 1000여 명의 관객들은 한 곡 한 곡에 조용한 박수로 화답했다. (☞ 관련 기사: "물질문명과 투쟁 속 마음의 상처, 이제 치유할 때" )
경내에 울려퍼진 단순한 악기 연주와 조용한 목소리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행사에서는 염불과 묵언 행진으로 시작된 여는 의식에 이어 참가가수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티벳독립활동가이자 가수인 디첸 샥 닥사이, 미국 여성영성음악가 제니퍼 베레잔, 북미 인디언 이로쿼이족 출신 음악가 조안 쉐난도어, 인도 타블라 연주가 매니쉬 비야스 등 외국 음악가들의 연주와 노래가 차례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준비한 소박한 의식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조순애 판소리 명창과 월드뮤직 그룹 푸리, 음악극집단 바람곶 등 국내 음악가들도 무대에 올라 영성음악의 특색을 지닌 한국 전통음악과 이를 응용한 색다른 연주를 선보였다.
2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의 마지막 순서로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화엄제'를 기획한 총감독인 박치음 교수(순천대)가 직접 작곡한 <님에게로>를 합창했다. 관객들 역시 '님에게로'라는 단순한 구절이 이어지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어 화엄사 종삼 주지스님이 '길떠남'이라는 이번 화엄제의 주제의식을 담은 구경을 낭독하며 무대의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참가가수와 관객이 함께 하는 다과회와 대농놀이가 이어졌다.
"열린 마음, 깊은 이해심, 측은지심…영성음악이 주는 지혜"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박치음 교수는 "다소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관객이 찾아주었다"며 "야외에서 진행된 공연에 자연도 화답하는 듯 공연의 분위기에 맞는 날씨를 연출하더라"며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참석한 제니퍼 베레잔은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음악을 나누는 자리가 너무나 뜻깊고 아릅답다"며 "이제까지 많은 공연을 가봤지만 화엄제만큼 감명깊은 공연은 없었다"고 말했다.
베레잔은 "물질 문명과 바쁜 삶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 영성음악을 통해 자연을 다시 찾고 영혼을 치유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영성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열린 마음, 깊은 이해심, 부처와 같은 측은지심 등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두번째로 화엄제를 찾은 디첸 샥 닥사이는 "자연이 살아있고 성스러운 화엄사라는 장소 자체에서 받는 감명도 크다"며 "뜨겁게 호응하는 관객들 역시 내가 기쁘게 화엄제와 한국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본 한 관객은 "사찰에서 진행되는 불교음악제 정도로 알고 왔는데 화엄제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연주하는 영혼을 맑게 하는 영성음악을 접할 수 있는 너무 좋은 행사였다"며 "종교를 떠나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행사에도 꼭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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