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때리면서 피하고…피하면서 손잡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때리면서 피하고…피하면서 손잡고

[대선 D-60] 대선주자들 '적인지 동지인지…'

쫓고 쫓기는 대선후보들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하다. 독보적인 지지율의 이명박 후보는 '공공의 적'. 다른 후보들의 공격의 타깃이 일제히 이 후보에게 맞춰진 지 오래다. 대선이 '이명박 대항마' 경쟁으로 흘러가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이 후보는 웬만해선 직접 맞대응을 안 한다. 시쳇말로 '맞장'을 떠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의 비판을 '말꾼' 대 '일꾼'으로 일축하며 비껴간 것이 그렇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그때그때의 비판은 당과 의원들의 몫이다.

이 후보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실천협약식'에도 불참해 참석했던 정동영, 이인제, 심대평 등 다른 후보들의 맥을 뺐다. 이 후보의 빈자리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대신 메웠다. 정동영, 이인제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정책선거 실천의지가 있는지 안타깝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엉겨붙는 鄭, 피하는 李
▲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이후 처음으로 대면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왼쪽)와 신당 정동영 후보 ⓒ뉴시스

이명박 후보와의 양강 구도 구축이 당면 목표인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때리기'에 올인 했다. 이명박-정동영 사이의 대립이 예각일수록 반(反)이명박 정서가 자신에게 몰려 지지율이 뜬다는 계산에서다. 이인제, 문국현 등 다른 범여권 후보에 대한 제압효과도 있다.

정 후보가 전날 이 후보와 나란히 세계지식인포럼에 참석해 파격적인 경제관을 선보이며 '색깔차'를 강조한 건 그런 맥락에서다. 특히 두 사람이 마주친 장면에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 것도 정 후보에겐 플러스다. 이 후보 측은 정 후보와의 조우를 피하기 위한 동선을 짰음에도 정 후보가 일부러 '마주치기 전략'을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후보가 19일 "함께 국정감사에 나가자"고 제안한 데 이어 매니페스토 협약식에서 "60회 이상 정책토론을 하자"고 촉구한 것도 '이명박과 동급 이미지' 심기 전략으로 읽힌다.

물론 이 후보 측은 마다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체급이 맞아야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나 대변인은 '밤샘 TV 정책토론', '국감 공동 출석'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며 "정 후보가 계속 애원하고 있는데 1등 후보와 붙어 지지율을 올려보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정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본선에 올라오는 것인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지금은 (범여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뒤에 링에 올라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한참을 내려 봤다.

정동영-이인제, 불편한 재회

후보단일화 논란의 중심에 선 범여권 후보들은 신경전이 팽팽하다. '불가근불가원'이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인 정 후보는 이인제, 문국현 후보에 대한 비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종국에는 모두 끌어안아야만 '반(反)이명박' 전선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옛 열린우리당 출신의 호남후보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고 호남고립을 자초하기 때문에 호남인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정동영 후보를 겨눴다.

사실 정동영, 이인제 후보는 서로 편치 않은 관계다. 두 사람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란히 참여했으나 이 후보는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역전패 당한 뒤 당을 떠났고, 정 후보는 '경선 지킴이'로 남아 차기를 도모했다.

매니페스토 협약식에서 만난 두 사람 사이에선 냉기류가 확연했다. 정치 선배인 이인제 후보는 반말로 "살이 많이 빠졌네. 시달렸나 보지?"라고 뼈있는 말로 건드렸다. 정 후보는 "그런가요? 모르겠는데…"라고 피해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이게 전부다.

정 후보에게 냉랭한 이인제 후보는 오히려 범여권 단일화 대상에서 한발 비껴 선 충청권의 심대평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전날 대전을 방문해 "국중당의 노선은 중도실용 개혁이며 충청은 중용을 미덕으로 하는 고장"이라며 "앞으로 큰 그림을 갖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연대론'의 에드벌룬을 띄웠다.

문국현-권영길 '전략적 공생'?

문국현 후보는 정동영 후보에 대해 연일 "노무현 정부 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 "국민들을 실망시킨 분"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단일화 국면에 앞선 기선잡기이지만, 정 후보의 당선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점에는 그리 싫지 않은 기색이다.

문 후보는 최근엔 범여권과 확연한 거리두기를 하는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28일 한 일간지를 통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대담을 갖는다.

문 후보는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권 후보를 당분간 전략적 공생의 파트너로 삼으며 자신의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물론이고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권 후보 역시 문 후보를 "이명박의 유한킴벌리 버전"이라고 했던 초기의 날 선 비판은 거뒀다. 권 후보는 연일 "가치의 연정을 위해서는 누구하고든 만날 것이고 누구하고도 대화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민노당 내에서도 '도대체 가치연정이 뭐냐'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민노당 지지층을 잠식해 들어오는 문 후보에 대해 '우리와 다르다'는 식의 입장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전략이 수정된 배경이다. 문 후보와 '정면대결'을 통해 진보의 맹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권 연대론'도 나오지만 현실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