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 목을 매 숨진 노점상의 죽음을 두고 고양시가 "노점상 단속과 무관한 자살"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노점상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17일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전노련(전국노점상연합회)이 인터넷 등 각종 방법으로 거짓말을 전파하면서, 일부 언론이 감상적 상업주의로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면서 많은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며 "결코 단속과정에 폭력이 있었거나 과잉단속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부인과 함께 13년간 붕어빵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해오던 고 이근재 씨는 고양시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바로 전날 고양시는 주엽역, 화정역 일대에서 용역직원 300여 명을 동원해 노점상 집중 단속을 벌였다. (☞ 관련 기사: "한 붕어빵 아저씨의 죽음 앞에서…" )
"유서도 없이 한적한 곳에서 자살…단속과 무관함 반증"
고양시는 "지난 12일 12시 16분 경 일산 경의선 변에서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한 한 남자의 시신이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며 "주변에서는 자살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물론 유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확인 결과 그의 부인이 소규모 노점영업을 하고 있었으나 우리 시가 집중 단속하지 않는 지역에서 장사를 했고 실제로 그곳은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단속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자살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나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그럼에도 전노련은 시신이 발견된 지 불과 1시간 40분 후인 13시 58분 홈페이지를 통해 고양시청이 동원한 용역깡패 단속반의 무차별한 폭력으로 사망했다고 거짓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며 "나중에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살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노련은 다시 고양시의 과잉단속에 의해 죽었다는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만일 고인이 노점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자살을 하려고 했다면 집회장소를 택했을 것이며 또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 했을 것"이라며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자살을 했다는 사실은 단속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는 "우리가 정말로 분노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한 사람의 죽음까지 철저하게 이용하는 저들의 파렴치한 행태"라며 "이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우리시의 불법노점상 단속이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의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강현석 시장의 '나 같으면…' 논리 어처구니 없어"
이에 대해 전노련 측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전노련 지부의 한 관계자는 1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강현석 고양시장은 '나 같으면 단속을 당했을 때 복수하겠단 생각을 하지 죽지 않으며 죽어도 유서를 쓸 것'이라는 근거를 대고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 정황을 볼 때 고 이근재 씨의 죽음이 단속과 무관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역세권뿐 아니라 고양시 전체에서 노점상 단속이 이뤄졌다"며 "이 씨 가족 역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일 집까지 손수레를 1㎞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하기 전날인 11일에는 고양시의 집중 단속 통보가 있은 터라 구역 별로 상인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씨 가족도 현장에 있었다"며 "이 씨와 이 씨 부인 역시 본래 장사를 하던 자리는 아니지만 당일 단속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고 폭력적인 단속 현장을 경험해야 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노련은 지난 16일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으며 19일에도 일산 미관광장에서 고양시청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11시 고양시청 앞에서 '살인 단속 규탄, 노점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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