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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 아일랜드영화 <원스>는 어떻게 대박을 터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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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 아일랜드영화 <원스>는 어떻게 대박을 터뜨렸나

[이슈인시네마] 전국 8만 모아, <디워>의 800만 관객에 해당하는 수치

초저예산영화로, 아무도 성공가능성을 점치지 않았던 <원스>가 국내에서도 흥행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개봉 초기 10여 개의 스크린수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한달 여의 상영동안 전국 8만 명의 관객을 넘기면서 오히려 스크린수를 확대하고 있다. <원스>의 8만 명은 <디워>의 800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 이 영화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 영화는 왜 인기를 얻고 있는가. 영국 <가디언>지의 분석을 옮겨봤다. - 편집자
아일랜드 더블린의 길거리 뮤지션과 체코출신의 가난한 이민 여성이 음악을 계기로 만나 마음을 주고받다가 헤어진다. 변변한 러브신은 커녕 대사조차 많지 않은 88분짜리 아일랜드 저예산영화 한 편이 미국 등 세계각국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여름, 가을시즌에 가장 성공한 저예산 독립영화로 꼽히고 있는 <원스(Onc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원스
촬영기간 17일, 제작비 7만 4000파운드(약 1억 4000만 원)의 <원스>는 미국에서만 지금까지 약 9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개봉 한달을 넘기며 약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저예산 예술영화로는 최근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부문 관객상을 받았을때만 하더라도, <원스>가 이렇게 흥행돌풍을 일으키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평론가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스파이더맨3> 등 블록버스터영화들이 2시간 반동안 이뤄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마술적인 감동을 88분짜리 <원스>가 해냈다"라고 칭찬했고, 보스턴 글로브는 "뮤지컬장르를 재탄생시켰다"라고 극찬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원스>같은 작은 영화들이 내게 (영화적) 영감을 불어넣었다"라고 말했다. <원스>의 열렬한 팬들 중에는 배우 존 트라볼타,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평단은 <원스>의 놀라운 성공에 대해 "영화 자체의 순수함"을 첫손 꼽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유독 많은 미국사회의 '아일랜드 노스탈자'를 자극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영국 가디언지의 최근기사(14일자)에 따르면, <원스>은 당초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작품이었다. 매우 간단한 스토리 구조에다 남녀주연배우 모두 무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거리음악가 '그'역을 맡은 글렌 한사드(37)는 아일랜드 포크락그룹 '더 프레임스' 리더로, 91년 앨런 파커 감독의 '커미트먼트'에서 기타리스트로 잠깐 얼굴을 내비쳤던 것을 제외하면 연기경력이 없다. 체코 이민자인 여주인공 '그녀'역의 마르케타 이글로바(19)는 '더 프레임스'에서 가끔 보컬과 피아노 세션을 맡았던 것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얼굴이다. 두 사람은 6년전 '더 프레임스'가 첫 체코 공연을 했을 때 이글로바 아버지가 기획를 맡았고, 그룹 멤버들이 이글로바 집에서 묶었던 것을 계기로 처음 만난뒤 꾸준하게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18살 나이차를 뛰어넘어 연인사이가 됐다.
원스
두 사람이 <원스>에 출연하게 된 것은, TV드라마 연출자였던 존 카니(35)감독이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인 글렌 한사드의 도움을 청했던게 계기가 됐다. 카니는 한때 '더 프레임스'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했었다. 카니와 한사드는 '더 프레임스'와 종종 공연하던 이글로바가 이민자 출신 여주인공 역에 딱 들어맞을 것으로 생각했고, 이글로바는 결국 두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남자주인공 역에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플루토에서 아침을><선샤인>의 킬리언 머피가 출연하기로 결정됐다. 음악은 한사드가 맡게 됐다. 그러나 머피의 출연이 막판에 무산됐고, 한사드가 대타로 투입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것이 오히려 영화의 사실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글로바와 카니가 촬영 중 사랑에 빠졌던 것이 남녀주인공의 감정을 더욱 절절하게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됐다. 초저예산이다보니, 영화 출연진과 제작진은 거의 다 감독, 배우의 친구 또는 가족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여주인공 이글로바가 전부 직접 만든 것이고, 심지어 남자주인공의 헤어진 여자친구와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 장면은 카니 감독이 배우로 활동중인 자신의 여자친구를 찍은 것들이다. 이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된 영화 <원스>의 대성공은 두 배우와 감독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직접 칭찬하는 전화를 받았는가 하면, '더 프레임스'는 밥 딜런과 최근 함께 공연했고, 이글로바와 카니는 미국 인기심야토크쇼 '제이 레노쇼'에도 함께 출연했다. 요즘 세 사람에게는 미국 에이전트와 영화사들로부터 출연, 감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존 카니 감독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사람들이 내게 이젠 할리우드로 가는 일만 남았다고들 하지만, 그건 내게 맞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시스템 속에서는 내 색깔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어느날 더블린의 한 카페에 앉아 런던에 가있는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중 길거리를 오고가는 이민자들을 바라보며 단 5분만에 이야기하나를 써냈던 것이 <원스>의 밑바탕이 됐다고 제작과정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원스>의 성공이 가져다준 변화에 대해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담담한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카니가 작곡한 노래 '폴링 스로울리(Falling Slowly)'가 내년 아카데미영화상 주제가상을 받게 되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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