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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 선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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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 선 부산국제영화제

[이슈인시네마]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총평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프로그래밍의 실패, 미숙한 운영, 과도한 상업주의 등 그간 아시아 최고를 자랑해 왔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제가 시작됐던 4일부터 폐막일인 12일까지 신문과 방송, 인터넷 언론들은 연일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KBS의 시사프로에서는 이를 두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언론과의 밀월관계가 끝이 났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운영상에 있어 여러 허점을 드러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개막식을 비롯, 각종의 행사장에 세계 영화인들을 에스코트하며 의전을 치러야 하는 스탭들이 중견급 이상의 영화인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던 일은 영화제 여기저기서 화제가 됐다. 한편으로는 '귀여운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올해 부산영화제가 하부조직의 훈련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스탭들의 역할은 주요 VIP들의 동선을 따라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이들 영화인들이 어떤 사람들인 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가변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게 하는 것이다. 스탭들에게 있어 행사에 대한 교육에 앞서, 사람과 영화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긴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영화제 운영의 디테일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개막식을 안내했던 스탭의 무례한 태도 탓에 엔리오 모리꼬네가 조기에 출국을 했다는 소문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럴만도 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우천 상황을 예견하고 거기에 따른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개막식 때 내린 폭우는 그렇다치더라도,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 '피프 센터' 내부 곳곳이 새는 빗물로 인해 물웅덩이가 생겼다는 것은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위상과 면모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언론들의 비판기사가 이어진 것 역시 이때부터다. 하지만 언론들로부터 올해 영화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부분은 '과도한 상업주의' 부분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전체 예산 80억 가운데 정부 및 부산시 지원예산을 뺀 나머지, 약 25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20대 의류 메이커인 '빈폴'로부터 9억원의 지원금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영화제의 리더 필름이 '빈폴'을 상징하는 것으로 제작됐거나 영화제가 열리는 정 중앙의 행사장에 이 업체의 시설물들이 만들어졌다는 것. 심지어 영화제 센터인 '피프 센터' 이름을 아예 이 회사의 상호명과 같이 쓰게 함으로써 관객과 언론들로부터 '지나치다'는 반응을 얻었다. '과도한 상업주의' 논란에 대한 관객과 언론의 비판에 대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일단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분위기. 그러나 한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와 외연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신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서하지 못할 일'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하게 영화상영 외에도 '아시아필름마켓' '아시아연기자대회' 'PPP(부산프로모션플랜)' 등 각종의 크고 작은 행사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자금 소요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이들 행사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화제가 세계적인 행사로 성공하는데 있어 중심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 영화제 집행위원회로서는 예산규모를 확대하면 확대했지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 부산국제영화제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친 것만은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영화제는 영화상영을 통한 미학적 성취의 한마리 토끼와 각종의 부대사업 및 필름 마켓사업 등 산업적 성취라는 또 한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의도만큼은 훌륭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행사는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된 해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언제부턴가 상업주의로 오염됐다는 지적을 받게 된데는 영화제가 갖는 고유의 미학적 성취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업적으로도 수익성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판단이 다소 지나쳤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마리 토끼만을 생각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적인 것일 뿐, 구체적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에 속한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문화와 산업이 동시에 구현되는 행사 및 사업의 경우는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균형'의 문제이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분명 그 '균형의 미학'을 발휘하지 못했던 셈이다. 영화 <엠>은 물론 각종 영화의 기자회견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여기에 참여하는 기자들의 자질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그러한 '미디어의 빅뱅' 환경을 안이하게 생각하고 또 그런 수준에서 준비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영화제는 인터넷 기자들까지 수십, 수백명이 몰리는 행사장 환경을 예측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이 대체로 비좁은 상태여서 취재경쟁을 벌이는 기자들로부터 갖가지 불만과 비난을 동시에 받아야만 했다. 그 같은 '미디어 빅뱅'의 환경을 염두에 뒀다면 기자회견장을 더 큰 곳으로 잡아야 했으며 기자회견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동원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웹사이트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가 비판받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국내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돼 있는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일 불야성을 이뤘어야 할 해운대 횟집들은 행사 내내 썰렁한 분위기였다. 그만큼 영화제에 와서 돈을 쓰고 가는 영화인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 그만큼 요즘의 국내 영화인들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영화가 좋아지면 당연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신명이 나기 마련이다. 영화계가 이렇게까지 바닥을 치고 있는 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위기에 봉착한 부산영화제. 그러나 그 위기탈출은 좀더 상위의 시장구조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보인 이번 '실수들'을 그냥 단순한 잘못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부산영화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은 바로 대한민국 영화계가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맞게 하는 일밖에는 없다.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기에 서있는 것이라는 말이 맞다. 이 전환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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