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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조가 '어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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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조가 '어용'이라고요?"

[일과 희망·23] 법 없이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대책

비정규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이제 100일이 되었다. 정부의 공언대로 이 법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법이 될지 아니면 노동계가 말하듯 비정규직 양산법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법 시행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 초기의 결과를 통해서도 법의 효과를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부정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되고 있으며 법에 따라 차별 시정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까지 나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비정규 보호법이냐"라거나 "이럴 거면 왜 이런 법을 만들었느냐"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당황하는 눈치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장 굵직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비정규 노동자 보호 정책이니 그럴만하다. 이에 따라 법을 보완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대선 예비후보들 중 많은 사람들도 비정규 보호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무엇보다 '합법 도급 가장한 불법 파견' 강하게 규제해야
▲ 당장 필요한 것은 외주화, 즉 용역전환에 대한 대책이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외주화가 마구 확대되면 비정규법은 무력해진다. 사진은 외주화에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뉴코아, 홈에버 노동자들의 모습.ⓒ프레시안

법의 보완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을 것이다. 사실 비정규 보호법에는 구멍이 많았다. 이것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신자유주의였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보다는 법이 초래할 결과가 불확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애초 제안한 법안에는 파견근로 이용을 대폭 자유화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꽤 들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그런 색깔은 크게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구멍이 남은 이유는 강한 규제가 노동시장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 법의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으니만큼 본래 법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외주화에 대한 대책이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외주화가 마구 확대되면 비정규법은 무력해진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도 의미 없어지고 차별금지도 빈껍데기가 된다. 무엇보다도 합법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을 강하게 규제해야 하며 합법 도급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 KTX 승무원 문제에서 보듯 불법 파견과 합법 도급은 무 자르듯 구별되지 않는다. 세련된 사용자들은 얼마든지 합법의 외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외주화 전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차별금지 조항도 보완이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가 차별 제소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을 막으려면 본인을 대신해서 노동조합도 차별 제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제소남발을 우려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서 차별이 빨리 해소된다면 오히려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법 제도 도입이 '만능'은 아니다

그런데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편향이다. 외주화 문제만 해도 그러하다. 외주화 자체를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OECD 국가 중에도 그런 제도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오히려 아웃소싱은 정보사회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환영되고 있다.

외주화에 대한 대책으로 도입될 수 있는 제도는 원청 사용자에게 하청 사업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것일텐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게 하거나 하청 기업 체불임금을 청산할 책임을 지우는 정도일 것이며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에 균등대우를 하라는 식의 법이 도입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 법 아래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고도 많다
▲ 현행 법 아래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혹 정규직 노조와 사용자 모두 속으로는 현재의 노동시장구조를 유지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사진은 정규직노조의 외면 속에 싸우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플랭카드 뒤로 증권선물거래소가 보이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현행 법 하에서도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할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 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제외되었던 외주화 대책을 포함하는 제2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조합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사실 외국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법보다는 단체교섭으로 해결한다. 그간 우리나라 노조들은 비정규직을 위한 대리교섭을 통해 그들의 처지개선과 정규직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도요타 자동차 노조는 비정규직을 모두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노동조합을 어용노조 정도로 우습게 여기는 한국의 '민주' 노조들은 아직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진심은 어디쯤에 있습니까?

좀 더 크게 보면 비정규 보호법이 속시원한 해결책이 못되는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2중노동시장이다. 핵심과 주변 또는 내부와 외부 노동시장간 근로조건 격차가 크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쓰거나 외주화할 동기를 강하게 가지는 것이다.

당장의 이익만을 좇는 사용자의 탐욕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하는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도 인정되어야 한다. 어느 나라 못지않게 근로자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되는 일본에서 비정규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2중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다.

비정규 보호법이 바로 이 2중노동시장 구조를 고쳐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긴 하다. 그러나 노동시장 개혁은 법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노사정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노사 모두 현 노동시장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노동시장 유연화만을 주장할 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노동시장 질서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구호에만 매달려 있다.

혹시 노조와 사용자 모두 속으로는 현재의 노동시장구조를 유지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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