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듀얼리스트>도 그랬지만, 내게는 이번 영화 <M>역시 보고 나온 직후 어떤 감상을 즉각적으로 언어화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직관과 표현력 뛰어난 영화평론가가 못되는 이상, 그냥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두가지 상투어로 그 감상을 압축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과연 이명세다! 둘째, <형사: 듀얼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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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
우선 첫번째 감상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이명세는 정교하게 설계된 화면과 자의식 강한 편집 스타일로 이야기를 꾸미는 영화 감독이다. 그에게 영화는 이야기 이전에 빛과 소리의 변증법이며, 텍스트가 아닌, 그림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 역시 그가 천착하고 있는 영상의 스토리 텔링 방식을 그대로 표출한다. 그렇다고 편한 말로, '영상은 현란하되, 이야기는 부실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젊은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꿈과 현실,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숨가쁘게 오가는 이 영화의 촘촘한 스토리는, 물론 그것이 이명세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구별돼 거론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탁월하다. 이명세가 창조한 이 복잡해 보이는 심리극의 물줄기는 기억 또는 망각, 꿈 또는 현실 속의 여인 미미(이연희)와의 멜로 라인과 연루되며 도도히 흐른다. 지금 내뱉는 내 거친 감상 언어가 짜증날 정도다. 아무튼 보시라. 두번째는, 사실 감상이라기보다 불길한 예감이다. 이명세는 결코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고집 센 작가가 아니다. 그 역시 "흥행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때려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견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극영화로 만든 듯 다소 난해해 보이는 이 영화에도 꽤 대중적인 친절함이 배어 있다. 사실 후반부에 가서는 너무 친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은 대중 관객의 관습적 기대감을 100% 만족시키는 영화라 부르긴 힘들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친절하게 흐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했으므로, 흥행 면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운명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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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또 다시 평론가들의 극찬과 대중의 냉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이번만큼은 앞서 언급한 나의 불길한 예감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를, 영화예술의 정체를 탐문하는 그의 진심이 제대로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M>은 평단 뿐 아니라 분명히 대중들에 의해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만한 영화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지지에 힘입어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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