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출처 불명의 '외계어'로 푸대접을 받아오던 인터넷 통신언어 가운데 일부가 내년 새로 발간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릴 전망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이 금주 중으로 인터넷 통신언어 등이 실린 신조어 목록집 '사전에 없는말, 신조어'를 발간하고 이 가운데 일부 통신언어는 심의를 거쳐 9년만에 새로 발간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보완판에 실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급속히 확산, 사실상 네티즌 언어로 있는 굳어진 통신언어의 실체와 순기능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표준어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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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 방송 등이 사용한 3만5천개의 새로운 단어가 이번주 발간되는 신조어 목록집에 실릴 예정이며, 이 중에는 '낚시글', '악플러', '퍼간다', '캡처꾼', '된장녀', '완소남', '훈남', '딸친아(딸 친구의 아빠)' 등 최신 인터넷 유행어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특히 "내년 상반기 인터넷 통신언어를 포함한 신어의 사용현황 조사를 펼친 뒤 심의를 통해 같은 해 10월에 펴낼 새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창 국립국어원 연구관은 "인터넷 신조어 가운데 우리말 조어법에 맞고 외래어가 아닌 고유어로 구성되는 등의 기본 요건뿐 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수년 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단어로 정착됐다고 판단되면 새 표준국어사전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와 관련해 현재 표준어 요건 충족에 가장 근접한 단어는 '누리꾼'.
세계를 뜻하는 '누리'에 사람을 나타내는 '꾼'으로 구성된 '누리꾼'은 '컴퓨터 통신에 참여하는 사람'의 뜻으로 국립국어연구원이 2004년 9월 네티즌의 우리말 대체어로 선정하면서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리꾼'과 달리 '악플러(악성댓글을 일삼는 누리꾼)', '조낸(몹시, 정말)' 등 인터넷 신조어 대다수가 외래어로 구성되거나 신조어 목록집에도 실리지 않은 욕설로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행어 성격이 짙어 규범사전의 성격을 지닌 표준국어대사전에 최종적으로 게재될 수 있는 통신용어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어학계에서는 한글파괴 등 기존에 부각됐던 통신언어의 부정적인 면 외에 어휘 다양화 등 순기능에도 점차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의성 있는 구어적 표현이나 의태어 등 생생한 표현 등 기존 표준어로 대체될 수 없는 새로운 어휘들이 통신언어를 통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국어실태연구팀장은 "의태어인 '샤방샤방'이라는 통신용어의 경우 '반짝반짝 빛난다'는 의미로 기존의 '예쁘다'는 말과는 또 다른 참신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며 "'샤방샤방', '휘리릭(온라인 상에서 먼저 로그아웃하는 모습)' 등 의미의 공백을 메우면서 우리말 어휘를 풍요롭게 하는 신조어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널리 지속적으로 통용될 경우 훗날에 표준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 사이에 통용되는 '놀토갈토(격주제로 실시하는 초등학교 주5일 수업에 따라 노는 토요일과 등교하는 날을 구분하는 신조어)'처럼 새로운 사회현상에 따른 지시어 성격을 지니거나 또래 끼리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기능도 긍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편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는 "상당수의 인터넷 통신언어는 단순 준말이 많을 뿐더러 통용기간이 짧아서 표준어로 채택되기보다는 그야말로 유행어로 존재하다 사라져갈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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