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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었던 <황진이> 야외무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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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었던 <황진이> 야외무대 인사

[Film Festival] PIFF2007 <황진이> 야외무대 후기

예상대로 아수라장이다. <황진이>의 야외무대 인사는 배우들의 행사장 진입부터 특급 작전을 방불케 했다. 카메라를 높이 치켜 든 팬들이 단상으로 무너져 내릴 기세다. 이렇게 되면 위험하다. 몇 차례 협조를 구하는 안내 멘트를 했지만, 별무소용인 듯. 유지태와 송혜교다. 그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는 욕심을 누가 말릴 수 있겠나. 덕분에 행사는 10분 넘게 지연됐다. 장윤현 감독은 먼저 무대 뒤에 와 있었고(아무도 그에겐 환호하지 않았다), 송혜교가 먼저 도착한 뒤, 유지태는 차량을 최대한 행사장 입구에 바짝 갖다 댄 뒤 군중을 탈출하다시피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폭우를 맞고 방금 문턱을 넘어선 듯한 표정으로. 환호성은 순식간에 무대 뒤에서 앞으로 물결쳤다. 장벽을 받친 자원활동가들이 힘겹게 무대를 지키고 있다. 이럴 때 열광을 진정시키려는 사회자의 시도는 당연히 물거품이 된다. 말을 건네는 것도, 대답을 듣는 것도 함성에 묻혀 버린다. 스타들의 이미지를 획득하려는 팬들의 욕망과, 그래도 영화제답게 조금 진지한 영화 이야기를 건져 보려는 사회자의 욕망이 충돌한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사회자의 KO패. 관객들과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급히 퇴로를 확보한 뒤, 서둘러 행사를 마쳤다. 역시 안전을 고려해 포토타임은 생략했다. 이건 거꾸로 스타의 비애가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 이야기는 못하고 손만 흔들다 가야 하는 비애.
유지태는 종종 다른 영화의 상영관에 나타나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 자신 시네필의 위치로 돌아갈 정도로 영화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런 정도라면, 상영관 진입 때 변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배우 뿐 아니라 연출이나 제작에도 욕심을 내고 있으니 다음에는 감독 또는 프로듀서로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파랑주의보>에 이어 이번 영화 <황진이>로 스크린에 단단히 인장을 찍은 송혜교에게 더 진지한 얘기를 듣고 싶었으나, 유지태와의 키 차이가 꽤 많이 나서 감독이 투 샷 프레임을 잡기가 꽤 어려울 것 같다는 것 외에 이렇다할 얘기를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들을 서둘러 배웅한 뒤, 인파가 스러질 즈음, 나도 슬쩍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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