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0년에 비해 전세계 언론의 태도는 차분했고 날카로웠다. 회담 성과에 대한 '회의론'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판을 크게 벌리는 두 명의 도박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한 정상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54년 만에 군사분계선(MDL) 넘는 장면 '관심'
<BBC>, <CNN>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일단 54년 만에 남측의 대통령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장면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국경인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를 통해 북측으로 넘어간 첫 번째 한국 정상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 선이 점차 지워져 분단의 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과 관련해 "마지막 냉전의 경계를 넘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소개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노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CNN>은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이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게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예정에 없이 4.25문화회관에 나타나 직접 노 대통령을 영접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 <교도통신>을 비롯한 <AP>등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확인되자마자 속보를 긴급히 타전했다.
하지만 2000년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역사상 최초의 남북정상의 만남과 달리 감격과 환호의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표정과 노 대통령을 맞는 태도 등을 주로 소개하며 "피곤하고 웃음기 없는 표정"이라는 보도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LA타임스>는 4.25문화회관에 나타난 김 위원장이 약간 피곤한 표정이었으며 공식 환영식 내내 웃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도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는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김 전 대통령을 박수로 맞이해 한국과 세계에 자신의 강경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했던 (2000년의) 감격적인 순간과는 완벽한 대조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2000년과 비교해 '차분', '회의론'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해서도 외신들은 차분하게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일본 언론들도 2000년에는 호외까지 발행했었지만 이번에는 담담한 태도였다.
<NYT>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5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점을 전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자신의 유산을 강화하고 차기 대선에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비핵화 등에 가시적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경제지원만을 약속한다면 국내에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임덕에 빠진 노 대통령이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다"며 "인기가 낮고 임기가 제한돼 있는 노 대통령에게 여론의 변화는 그의 집권당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WP>는"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 때문에 정상회담의 동기에 대해 남한과 미국의 보수파들로 냉소적 반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첫 번째 정상회담의 낙관적 분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그와 같은 열기는 거의 없다고 전했고 <가디언>도 2월에 퇴임하는 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일각의 비난을 소개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도 많은 한국인들이 역사상 두 번째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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