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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변화의 핵심은 민주주의"

<노동운동을 말한다>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 등 3인 토론

지난 1월 "내부혁신을 통한 민주노총의 변화"를 선언한 이수호 위원장체제가 출범한 이래, 민주노총의 행보가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 제기되는 '변화된 환경에 느린 적응', '총파업 일변도의 투쟁 방식', '정파주의로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 등의 문제점에 대해 새 지도부는 새로운 전략과 방식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의 분신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라는 어려운 숙제도 새 집행부의 당면과제로 급부상했다.

프레시안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초청해 그간 민주노총의 성과와 한꼐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해가야 할지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2일의 토론은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 이원보 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참석해 2시간30분동안 프레시안 본사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토론 전문이다.

<사진1>

***갈림길에 서 있는 노동운동**

프레시안 : 프레시안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평소 노동문제를 사건으로만 보도를 했지, 지속적이고 깊이있게 다루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또한 현재 노동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도달했다는 판단아래, 이제까지의 노동운동을 평가-반성하고, 앞으로 운동의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는 80년대 말에 경향신문에서 노동조합활동을 하긴 했지만, 현재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과문하나마 오늘날 노동운동을 지켜보면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고립되는 분위기라는 느낌입니다.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진정성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이슈에 대해 무관심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언론노조의 경우만 해도 예전만큼 참여 열기가 많이 떨어졌구요.

이수호 위원장께서는 민주노총의 전통적인 운동방식을 문제제기하고, 자체적 변화를 선언하면서 새 위원장으로 선출되셨는데, 그간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반성의 지점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이수호 위원장 : 저는 일단 좋은 선생님들이 오셔서, 배운다는 자세로 토론에 임하겠습니다. 제가 구체적 현장 속에 서 있긴 하지만, 이론적인 면이나 평가 그런 것들은 한 발짝 떨어져있는 분들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이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대의에 관해 오늘 이 자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경청하겠습니다.

박 대표님이 질문하신 그간 노동운동의 평가는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 어디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대략적이나마 범위를 정해주신다면 제가 말씀드리는 데 수월함이 있겠습니다.

프레시안 : 본인의 이야기여서 말씀하시기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이 소장님께서 간단히 문제제기를 해주시면 좋겠네요.

이원보 소장 : 제가 먼저 말하기 보다는 이 위원장님이 선거과정에서 느낀 개인적 소회부터 말씀하시는 것에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위기, '현장괴리' '당파과잉'이 원인**

이 위원장 : 저는 다들 아시다시피 교육운동에서 시작해 노동운동의 중심에까지 온 교육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시작에서 끝까지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 어떤 경우는 뭐랄까...이해하기 힘든 문제들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합원들이나 대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운동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선거에 임했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조운동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라는 고민이 컸습니다. 사회는 엄청나게 바뀌고, 변화 속도도 빠른데, 민주노조운동은 변화된 조건 속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이념에 발목이 잡히고, 운동의 스타일에 종속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또 선거과정 중에 계파나 정파 대립 때문에 곤란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특정한 지역에 가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두려움도 생기고,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말해야 될지 해당 그룹이나 정파에 따라 달라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또 안타까운 것은 현장의 진정한 생각들이 얼마나 수렴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모든 노조간부들이 '현장은 이렇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수렴되어 온 대의원들의 주장이 진정 현장의 목소리인지 궁금했습니다. 민주노총 선거가 전원이 참여하지 못하는 대의원선거이고, 조직선거이다 보니 진실된 현장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선거과정 속에 가장 많이 접한 현장의 요구는 '이대로 지속되면 심각하다' '미래를 대비해 변해야 한다'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미래를 대비하고, 민주노조운동이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와 관련 공개비판을 했습니다.

<사진2>

상대 선본(선거운동본부)에서는 민주노총의 위기를 '지도력의 부재'라고 진단하고, 더욱 강력한 힘의 결집을 주장했습니다. 일면 타당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힘을 만들기 위한 대안이 없다고 보고 그 대안 만들기를 우리 핵심기조로 삼았습니다. 조합원들이 저를 지지한 것도 바로 변화에 대한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선거기간동안 변화의 내용에 대해 포괄적으로 제시했고, 앞으로 임기동안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변화의 내용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파와 현장의 유리**

프레시안 : 이 위원장님 말씀의 요지는 민주노총의 위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고, 분파나 당파가 필요이상 많고,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수렴되지 못했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그간 총파업 위주의 운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실리주의 혹은 노동조합주의라고 비판을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편으로는 총파업 위주의 투쟁이 최선의 방책일 수도 있고, 때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소장 : 박 대표님이 제기한 문제에 앞서, 선거를 지켜보면서 느낀 생각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민주노총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내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그 하나의 예로 선거유세장의 분위기가 냉담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과거의 민주노총의 자랑인 현장의 열기가 투영되던 모습이 왜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괴리되어있고, 조합원의 관심을 끌어안지 못하고, 불신의 늪에 빠져있는 것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민주노총의 권위가 엄청나게 축소된 것도 이번 선거과정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한 예로 이 번 선거과정에서 수십만명이 거쳐 갔다는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가면 그 내용들이 매우 저질입니다. 상호 비방, 마타도어, 인신공격 등 저질스런 글이 많아 게시판이 혼탁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민주노총이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되는 대상으로 전락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웠습니다. 또한 대회날에도 몇 차례 실수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단순히 실무적 차원의 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민주노총이 오랫동안 매너리즘에 빠진 결과이고 그것이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다음은 정파간의 대립문제입니다. 정파란 것이 대중조직에서는 불가피하고 나름대로 긍정성을 가지고 있고, 또한 운동의 발전에 일조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한 정파의 주장 내용에 대해 정파 사람들만 알고 있지, 정작 현장 조합원들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정파와 현장이 유리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정파'가 아니라 '종파'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도대체 정파간 이념적 차이는 무엇인지 내용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도 몇몇 정파별로 연합을 했는데, 정작 공약만 두고 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양 후보진영이 민주노총에 대한 위기감은 똑같이 느끼고 있고, 다만 극복방안에 대해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쪽은 힘과 투쟁을 강화하면 된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민주노총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파간 차이가 과연 현장 조합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정파간 대립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현장 노동자들과는 무관한 노조 상층부만의 문제로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할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주요한 지점은 지도부의 현장과 괴리, 너무나도 불분명한 정파간 깊은 갈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 변화 기대욕구가 이수호 선본 지지**

저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되어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양 선본 모두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쪽은 조금씩 천천히 변하자는 것이고, 이 위원장 선본은 보다 큰 걸음으로 변화하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에서 결국 조합원이나 대의원들은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더 큰 변화를 선택한 것이죠.

다음으로 정치세력화에 대한 태도에 있어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세력화에 있어 민주노총 내에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만으로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치세력화는 민주노동당을 통해 해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인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후자로 정리된 것이 아닌가,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것을 인정하는 추세로 갔지 않았나 합니다.

***변화욕구, 구조적-실증적으로 살펴야**

프레시안 : 작심을 하고 말씀을 하시는데...(웃음) 그럼 윤 교수님이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의식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윤진호 교수 :저는 사실 정파나 선거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대신 전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겠습니다. 이 위원장님이 이번 선거에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컸다고 말씀하셨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그 변화에 대한 욕구의 기원을 실증적으로 구조적인 요인을 짚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투쟁과정에 대한 실망,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저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연구해보았습니다. 이 위원장님도 지적하셨듯 모두들 현장, 현장 하지만 '현장'이란 말이 많이 왜곡되고, 이데올로기로 부화되어 사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현장의 목소리란 것이 비유하자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모양새입니다.

민주노총이 노동운동발전 전략수립을 위해서 지난 2000년 실시한 '노조지도자 및 간부의식조사자료'는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민노총, 사업장 규모-연령-학력-근속연수-구속경험 모두 변화**

먼저 민주노총의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 일단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 노조원 수가 더 많아졌고, 사업장 규모도 대사업장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연령 대는 30대가 다수이긴 하지만 매년 평균연령이 1년씩 증가하는 등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학력 역시 과거에는 고졸자가 압도적 다수였는데 반해 대졸자-전문대졸자가 많아져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46%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근속연수도 10년 이상이 40%이상입니다. 반면 구속이나 해고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간부들 중에도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간부들의 이데올로기 성향에서도 일반인이 급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왔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자체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10%이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 의미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도 많아야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떠하냐면, 대부분 노조원들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결합한다는 '제3의 길' 노선이나 조금 더 우파적인 사민주의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념에 관해 하나의 리트머스시험지로 볼 수 있는 노사정위원회 참여여부에서도, 절대적으로 참여를 지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동시에 완전히 반대하는 사람의 수도 많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현재의 (노사정위) 메커니즘이 문제가 있으니, 그런 조건이 개선되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도부 타성, 현장 변화 인식 못해**

이런 점을 종합해 보았을 때 과거의 전노협을 잇는 민주노총은 사실상 많이 변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사람들도 타성에 젖어 이런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파별로 현장의 요구나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자기 정파에 유리한대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즉 현장의 의사가 중간과정에서 뒤틀리는 거죠. 그 결과가 이 소장님이 지적하신 대로 지도부의 지도력 위기라든지, 동원력의 저하, 사회적 발언력 저하로 나타났습니다.

앞에 지적한 그런 요인들이 현장에서 변화 욕구를 배가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구조조정을 못 막아냈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변화 욕구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번 선거에 미친 영향 중 하나가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 변화입니다. 국민 대다수는 민주노총이 성장한 만큼, 단지 70만 조합원의 이익만을 위해서만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조합이기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이해에도 부응해야하지만, 영향이 커진 만큼 보다 대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와 운동을 수행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간 민주노총이 사회의 이러한 요구에 잘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프레시안 : 조직률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조직률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까?

이 소장 : 1989년 이래 감소해오다가 2001,2년에 하향세가 잠시 주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교수 : 조직률도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 여부에 의해 좌우되는 조직률의 변화와 외적 환경변화로 인한 자연스런 감소가 있습니다. 대개 조직률이 떨어지는 것은 후자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이 줄어드는 반면 화이트칼라가 늘고, 여성이 늘어 감소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이트칼라나 여성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나 참여 욕구를 가지지 않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이런 미조직 노동자들도 노조에 대한 욕구를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노조에서 이러한 욕구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제 노조가 잘 인식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하향세가 반전되지 않을까 예측합니다.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면 '잠재 조직률', 다시 말해 미조직 노동자들 중 노동조합에 가입을 희망하는 자를 모두 가입시켰을 때 조직률이 60%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소장 : 몇 년도 자료를 근거로 하신 말씀입니까?

윤 교수 :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이고, 98년부터 2000년까지 3개년도를 조사한 데이터입니다.

이 위원장 : 사실 민주노총 선거가 대의원 선거이고 조직선거이다 보니 국민 전체의 여론이나 현장 노조원의 의견이 끼어들 여지가 무척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표차가 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본 내부에서 나름대로 표분석을 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선본 분석결과와 달리 표차가 크게 났습니다. 이는 우리 선본이 제시한 변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대의원들에게 투영되었고, 이미 대의원 사이에 변화의 욕구가 상당수준까지 형성되었지 않았나 합니다.

***변화 방향성, "투쟁과 함께 교섭 병행실시", "사회개혁과제 정책역량강화"**

프레시안 : 세 분 모두 변화는 필연이라고 말씀하시고, 또 이 위원장님이 그런 변화에 대한 요구를 타고 당선되셨는데요, 문제는 변화의 방향성일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위원장 : 변화를 얘기하니깐 조합원들은 언뜻 사업방식의 변화를 떠올리더군요. 그간 총파업이라는 투쟁중심 사업방식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거죠. 그런데 민주노총의 역사적 전통 때문에 대의원들도 전투성을 지켜내야 하는 것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고, 결국 기존의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반성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전망입니다. 투쟁일변도가 아니라, 기존의 투쟁방식과 함께 또 다른 방식들에 대한 모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노동운동의 전투성은 역사적 긍정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노동운동이 반독재 운동과 함께 했고, 또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투성이 강화되었고, 또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총파업 위주의 투쟁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총파업 투쟁이 과도했다면, 투쟁 말고 생각하시는 다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 위원장 : 일단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확히 말씀드리면, 투쟁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도 고민한다는 거죠. 또 총파업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정말 총파업에 이름에 어울리는 준비된 총파업을 해야겠죠. 총파업 전술이외에 다른 방법이란 건 정책역량을 키워서 정부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공공성을 확보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총파업 등 난리를 쳐서 임금 10% 올린다고 해서 사교육비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전교조 등 교육운동 단체에서 힘들어하는 사교육비 문제 같은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대안과 해결방안을 제시해 결국 사회적 안전망, 사회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운동 풍도도 바꿔야 합니다. 거친 표현이지만, 에고적이고, 시간 잘 안 지키고, 경직되고, 무책임하게 보이는 모습들. 특히 운동하는 것이 무슨 특권인 양, 권위와 무게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은 반드시 변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제 그런 프리미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에서 어디 노동운동했다고 더 인정해줍니까? 이제 운동한다고, 진보활동을 한다고 인정되는 분위기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변화를 인정하면서, 우리 스스로 참되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프레시안 : 총파업 투쟁 중심보다는 사회개혁 의제에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는 말씀과 운동의 작풍을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위원장 : 조금 덧붙이자면, 노동자들이 너무 자기의 이익 중심으로 간다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임단투 투쟁을 말하는 거겠죠. 물론 임단투는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동안 임단투에만 매몰된 모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사회적 의제 즉 국민전체와 관련된 사회안전망이라든가 연금 문제 같은 주제에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자적 투쟁을 넘어, 중장기적 전략 아래 준비된 투쟁으로"**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가 몰려오면서 방어적 차원의 총파업 투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총파업 투쟁을 그렇게만 비판하면 반론이 심할 것 같은데...물론 투쟁을 안 하시겠다는 말씀은 아니고...

이 소장 : 노동자가 투쟁을 안 하면 노동조합의 존재의의가 없는 거죠. 투쟁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 어떤 방식으로 투쟁할 것인가' 입니다. 당면 목표에만 매달리는 즉자적 투쟁 즉 소모적-방어적 투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중장기적 목표와 결부된 준비된 투쟁, 공세적-적극적 투쟁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그 동안 불가피한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전략목표 보다는 당면 목표에만 매몰돼 총파업 투쟁을 남발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지치고, 지도부에 대해서는 지도력 고갈을 지적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진4>

내년이면 민주노총이 출범한지 10년이고 2년 지나면 87년 노동자대항쟁 20주년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업별 노조 형태가 지배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위상과 역할이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하중이 민주노총에 집중되고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습니다. 내셔널 센터와 산별, 지역 각각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위원장께서 사업 작풍을 말씀하셨는데, 서로 갈라내는 뺄셈의 작풍으로는 사업계획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세워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덧셈의 정치로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부턴가 민주노총이 '군림하는 민주노총'이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대중들 사이를 파고들어 그들과 함께 숨쉬며 살기 보다는 오히려 찾아오도록 기다리는 모습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앞으로 지도부가 이런 부분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이 위원장님이 투쟁과 함께 정책역량 강화를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노조의 역량이 중앙에 집중되기 보다는 여전히 기업별 단위노조로 분산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역량 강화가 자금이나, 연구인력 면에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혹시 윤 교수님 다른 말씀이 있으신지?

***변화의 핵심, "산별노조-비정규직조직화-정책역량강화 등 내부조직 재정비 우선"**

윤 교수 : '민주노총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는 매우 광범위한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목표나 이념부터 이슈, 운동방식에 이르기까지 논의의 심급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민주노총이 해야 할 과제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내부적인 조직 구조의 재정비와 노조 외부와의 관계 재정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부 조직구조의 재정비에서는 다시 하위 이슈로 산별노조, 비정규직 조직화, 정책역량강화 등이 있겠죠. 저는 일단 그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일반 국민들은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자, 노사정 위원회에의 참여 등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내부적 재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논의는 민주노총을 또다시 분열시킬 소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내부적 조직 역량 강화, 조직 재정비가 우선입니다.

<사진3>

외부적 환경에 대한 문제인데요,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민주노총이 외부사회에 발언력과 파급력을 가지려면, 정부, 사용자, 언론, 학계, 시민사회단체, 민중단체 등 노조 외부와의 관계들을 어떻게 구축하고,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그간 소홀했다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이 위원장께서는 내부적 역량강화 문제, 외부적 환경 대응문제에 대해 현재 개별 이슈별로 행동으로 옮기기 보다는 먼저 대략적이나마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도움을 받아 과거 민주노총이 시도했다가 그만 둔 민주노총의 장기적 전략에 수립과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노총 전투성 과장"**

운동방식에 관한 문제인데요. 우리 사회에서 '전투성'만큼 왜곡되어 쓰이는 개념은 없습니다.전투성이 운동의 이데올로기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투쟁방식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흔히 투쟁방식, 즉 거리에서 싸우고, 화염병 던진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전투적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상당히 피상적인 평가입니다. 반면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전투성'이라고 한다면, 고전적 표현으로 '정치적 조합주의'로 바꿔 말할 수가 있습니다. 정치적 조합주의란, 노동운동이 경제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권력 장악을 목표, 더 나아가 체제에 대한 도전을 목표로 하는 것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엔 민주노총 내부에 정치적 조합주의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민주노총이 정치적 조합주의적이다, 전투적이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이데올로기가 옳은지, 그른지는 가치관, 세계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민주노총에서 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상층에서는 정치적 조합주의를 이야기 하면서, 현장에 내려가면 경제적 조합주의로 투쟁이 매몰되고 있습니다. 이념상 정치적 조합주의를 내세우지만, 투쟁의 현장에서는 임금인상이나, 복지향상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로 한정된다는 거죠. 저는 이전에도 말해왔지만, 노동운동이 경제적 조합주의에 한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폭넓은 이슈를 제기하고, 대응하는 사회적 조합주의로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사회적 조합주의란 정치적 조합주의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조합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투쟁방식에서 나타는 전투성은 그간 유럽과 달리 노동자의 이해를 담보하는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교섭이나,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조직률이 전체 노동자의 5-6%에 불과한 민주노총이 지금만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투쟁에서 전투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의 노동운동이 해외에서 높게 평가받는 것은 투쟁방식의 전투성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무슨 일이든지 투쟁으로 풀겠다는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전략이 없이 조건반사적으로 투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즉자적 대응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다른 측면인 교섭이나 참여를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민주노총이 힘이 강해서 투쟁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5-6%정도의 조직률로 투쟁만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차,포 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문제가 있는 단위조합에서 벌어지는 전투적 투쟁에 내셔널 센터가 아무런 여과나 전략없이 그냥 따라가는 전투성은 문제가 큽니다. 전투성을 발휘하더라도 내셔널 센터의 장기적 전략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프레시안 :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노동운동이 운동판에서 사양산업이 된 것 같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운동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론적으로 1천4백만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민노총이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가 중요한 문제인데요,

이 위원장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는데요,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저희가 연구하고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고,우리 선본의 모토가 '저지와 분쇄를 넘어 쟁취와 확보로 가자' 였듯, 전에는 모든 투쟁이 수세적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자본이 먼저 무언가를 제시하면, '그것은 안돼' 란 식의 네거티브적 투쟁이었죠. 물론 외면적으로는 격렬한 전투성을 보였지만 말이죠. 그런 즉자적이고 수세적인 투쟁 말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우리가 먼저 정부에 정책제시를 하는 등 공세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물론 먼저 정책역량을 키워야 겠죠.

프레시안 : 그러면 일단 맘에 염두하고 계시는 정책적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이 위원장 : 이제 각 사업장에서 주5일제를 두고 관련 협상이 진행될 텐데, 총연맹차원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서, 각 사업장에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고, 내용들을 집어넣을 계획입니다.

프레시안 : 그러면 현재 주5일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준비가 되고 있습니까?

이 위원장 : 네 그렇습니다. 또 임투와 관련해 임금 수준을 어느 수준까지 요구할 것인가란 문제도 좀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창출의 문제도 정부의 방식에 대해 무조건 잘못되었다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제시를 위해 좀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교육비 문제, 언론 개혁의 문제 등등 노동자의 삶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대안마련을 준비 중입니다.

***"노정교섭 강화", "노사정위 참여 보류"**

프레시안 : 일반인 시각에서 보면, 민노총의 역량이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면, 협상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 테이블 밖에서 주장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노사정위에 참석을 하지 않는 이유로 노사정위가 힘의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노사정위 참여와 관련 입장이 정리되신 겁니까?

이 위원장 : 교섭을 좀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본 입장입니다. 산별단위이든 총연맹차원이든 노정 교섭은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노사정위 참여에 관해서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 노사정위는 힘의 불균형이 너무 커서,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현재 상태로는 노사정위 참여는 곤란한 점이 많습니다.

프레시안 : 불균형 노사정위원회에 대해, 방식이나 구성 면에서 대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 위원장 : 물론입니다. 모든 단위에서 정상적인 노정교섭을 위해 연구 중이고, 실제로 노사정위 개선을 위해 대통령과 면담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노사정위 밖에서도 단순 반대가 아니라 정부안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고, 우리의 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프레시안 : 정리를 하면, 노정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나 비판은 자제하겠다는 말씀이군요.

***노사정위 참여, "대규모 현장 토론으로 결정해야"**

이 소장 : 운동은 객관적인 조건과 주체적인 역량을 잘 결합시켜야 하는데,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투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관성에서 벗어나는데는 여러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만 정책 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준비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정책 참가를 위해서는 정책참여의 기본적인 원칙을 정립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언제부턴가 소홀히 한 '대중토론'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다보니, 현장에서는 내용도 모르고 참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빨리 지치고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반복되었습니다. 노사정위 참여 문제도 상층부에서만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대중토론에 붙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토론을 통해 나온 내용들을 검토한 뒤에 관점이나 행동방식을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현장토론의 활성화로 조합원 개개인의 판단이 중요하게 수렴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장 : 지금까지 교과서적인 말씀만 드렸는데요, 우리는 노사정 교섭을 충실히,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부가 아무런 틀의 변화나 쇄신없이 노사정위에 들어오라고 하면 절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구조적 틀 변화를 위해 대통령 면담 등 협상이 이루어지고, 실제 변화가 있다면, 우리는 참여 의지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노사정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윤 교수 : 원론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조합이 사회적 협의에 참여해 교섭을 하고 정책참가를 하는 것은 서구의 경우만 보더라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우리의 경우 노사정위 출범이 불행하게 시작했습니다. IMF 경제 위기에 노사정 협상에서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자,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사정위 = 정리해고' 로 각인되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서구의 경우 노사정위 협상에서는 고용보장을 얻는 대신에 임금인상 억제나 복지 축소를 논의하는데 반해 노동자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생존의 문제인 고용문제를 협상의 대상으로 한 뼈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오랜기간 동안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노동운동 진영에서나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도 노사정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낳았다고 판단합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교섭의 틀거리 밖에 있음으로써 구조조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회적 개혁과제에 대해 민주노총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틀거리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노사정위를 독립기구로 하자,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자, 법안 제안권을 가지자 등등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새로운 틀거리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가지는 딜레마가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틀이든지 협상 테이블인 만큼, 얻어내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일정부분 양보할 부분이 있습니다. 양보한 부분에 대해 분명 내부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는 나옵니다. 민주노총이 새로운 틀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유의미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반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 만들기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참여에 관해 좀더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정위 참여 여부에 관한 내부적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묻는 방법입니다. 한 가지 사례로 이태리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리가 84년 노사정 협약 체결시 현장파가 들고 일어나 깨졌습니다. 협약의 핵심은 임금 억제였는데, 현장파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93년 다시 노사정 협의 테이블이 만들어졌는데, 그 때는 큰 반발 없이 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당시 이태리 노조총연맹은 협상 테이블 참가여부에 관해 광범위한 토론을 추진하고 참여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해 63% 지지를 얻어 노사정위에 참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도 95년 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협약, 97년 유로통화 가입충족조건을 위한 협약에서도 조합원 총회와 투표를 통해 극복해 나갔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98년 노사정 협약이 깨졌는데, 그 요인으로는 일단 협약내용에 정리해고가 포함되었기도 하지만, 그보다 조합원의 광범위한 동의없이 지도부만의 결정으로 협약이 만들어진데 대한 기층의 반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태리의 경우처럼 총회를 통한 광범위한 토론과 투표를 통해 협약이 체결되었더라면, 새로운 양상이 벌어졌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노사정위 참여문제도 광범위한 토론과 찬반토론을 통해 현장 조합원의 지지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정부가 노사정 위에 참여하라고 손짓을 하고 있지만, 당장 참여하기에는 전제조건들 즉 토론과 투표 등이 존재합니다.

이 소장 : 우리의 경험에도 현장 토론과 교육, 선전 등 준비의 중요성을 입증한 사례가 있습니다. 96,7년 총파업 당시 위력적인 투쟁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정부가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에 따른 분노가 크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미리 현장토론과 교육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윤 교수 : 현장토론이 없으면 어떤 왜곡이 발생하냐면, 대다수인 온건파의 목소리는 전혀 수용되지 않고 목소리 큰 강경파의 목소리가 대변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진짜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문제, 정규직 참여로 풀어내야"**

프레시안 :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안이나 복안이 있으신지?

이 위원장 :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운동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제 운동의 중심이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노동운동의 중심이 좀더 다변화되어야 합니다. 늘 나오는 이야기로 근로자 파견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조직해내는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 예산 배정 등이 있는데, 전 이런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범 사례도 있습니다. 현대증권의 경우 정규직이 임금을 동결하고 비정규직을 정규화시킨 사례가 그것입니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가 너무 크지만, 복지기금 등 비정규직을 위한 연대기금을 출연하고, 사용자도 분담하게 해서 비정규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정규직이 참여하는 비정규직 운동으로 이끌어 내야 합니다.

이 소장 : 비정규직노동 문제에 관해서는 민주노총 안팎의 비정규직 센터에서 상당히 연구를 해왔고, 여러 가지 안도 나와있더라구요. 결국 실천의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사업을 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텐데, 노동조합의 사정이 워낙 어려운 듯 합니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1년 예산은 어떻게 됩니까? 또 노조 전임자는 얼마나 됩니까?

이 위원장 : 한사람당 1천원씩 내서 1달에 5~6억 정도됩니다. 1년이면 60억이 되죠. 전임은 중앙에 50명 정도, 전국에 1백20명정도 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산별노조에서 담당해야"**

이 소장 :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민주노총 본부보다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기업 단위 노조에서도 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화하는데 산업별조직이 무척 취약한 구조인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산별노조를 보다 강화해야 합니다. 금융노조의 경우, 특별지부를 두어서 비정규직을 관리할 것이라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비정규직 조직화는 필수과제입니다. 비정규직노조를 많이 결성해서 조직의 외연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윤 교수 : 비정규직 문제만큼 명분과 현실에서 괴리가 있는 문제는 없습니다. 명분으로만 보면,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이, 정부나 사용자까지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장기적으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노동자들까지도 비정규직을 자신의 고용의 안전판으로 생각하고, 뭔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등 차별대우를 당연시 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 내부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은 차별들을 노조에서는 감추려하지 말고 좀더 드러내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로는 주5일 노동제 도입과정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노조에서도 처음에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고, 정부에 이를 요구해 결국 불만족스럽지만 주 5일 노동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사실 외환위기 이전에도 전체 노동자의 46%가 될 정도로 심각했었지만, 사실 노조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노조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투쟁을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업장내 차별, 지속적 문화개혁운동 필요**

그런데 차이가 있습니다. 주 5일제의 경우는 법만 통과되면 상당부분 문제가 해소 되지만,비정규직의 문제는 법제도가 개선되더라도 기층에서 지속적 운동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차별은 우리 경제, 사회가 가진 이중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러한 경제 및 사회의 이중구조 개혁을 위해선 법률과 제도를 넘어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노동조합이 해야 할 몫이 주5일제도입 때보다 훨씬 큽니다.

사실 법 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은 거의 다 나와 있습니다. 정부도 2006년 4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방안을 유엔에 보고하기 위해서 내셔날 액션 플랜을 만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조합의 주체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LA의 서비스 노동조합에 가보니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을 조직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정말 상당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앉아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의 안주를 깨지 못하면 절대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겉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더라도, 실제 조합원들은 왜 우리 조합비를 비정규직을 위해 써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총이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 시절, 전노협의 투쟁이 소속 조합원만의 이해를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주노총도 그런 전통이 남아 있지만, 규모가 커지고, 제도화 되면서 과거의 그런 희생 분위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민주노총에 여전히 자정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부는 조합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세력을 보다 많이 조직해내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소장 :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조직하는 문제는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물질적 기초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여러 가지 다른 정치적 판단이 가능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조직화 되지 않으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전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민주노총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총력을 다해 핵심 지지세력으로 이끌어 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정치운동에서도 생존의 문제입니다.

***한국노총과 새로운 연대 구축 모색, "민노총, 자기 중심성 버려야"**

한국노총과의 관계도 새롭게 모색을 해보아야 합니다. 공무원 노조도 출범하고 최근 조직 추세를 보면 통계상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가 차이가 많이 축소되고 있다 합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직세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의 정치적 진출에 의해서도 양노총의 관계 변화도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제 운동통일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능한 것부터 연대를 키워가야 하는데 이때 가장 주의할 점은 양자의 차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노총의 과거 전력을 가지고 비난만 하고, 민주노총 자신의 기준만으로 한국노총을 재단하려 한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연대와 협력을 다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프레시안 : 위원장님의 관련 복안은 있습니까?

이 위원장 : 한국노총과의 연대의 방식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윤 선생님의 입장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노동자의 힘은 단결에서 나오고, 보다 크게 단결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국 1노총이 가장 좋은 모습이겠지요. 그러나 한국 노동 조합의 역사성 때문에 한국노총과 이 관계에 대한 사고가 너무 자유롭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윤 교수 : 외국의 경우 한 국가에 여러 개의 내셔널 센터가 있는 경우는 대개 화해할 수없을 정도의 이데올로기적 차이가 있거나 종교적 이유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과거의 차별성은 차츰 희석되고, 양 노총의 이념성 역시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더구나 현장 조합원 수준으로 내려가면 사실상 구분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양대 노총 통합에 있어 명분이 타당하다고 해서 한숨에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 문제는 기층까지 문제의식이 공유되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일차적으로 필요합니다. 명분에 입각해 너무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충돌되지 않은 부분부터 양 노총이 함께 사업을 하다보면 아래로부터 통합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노총과의 통합, 가능한 부분부터 연착륙해야"**

이 위원장 : 윤 교수님 말씀대로 사안별 공동 사업이나 공동 투쟁을 함께 자주 하다보면 통합의 단초가 마련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지하철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는 계기로 긴장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민노총 위원장으로서 한국노총과의 통합 문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명분을 앞세우다 보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아무튼, 상호 갈등을 최소로 하는 방법으로 연착륙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올해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이 실현되면, 민주노총으로서는 정치권에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들어오게 되면 한국노총과의 관계가 급속히 기울어지는 것이 아닌가란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 : 덧붙이자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도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경우는 전임자 임금지급이 대기업 노조가 많아서 스스로 조달이 가능한데 반해, 한국노총의 경우는 사실상 자체 조달이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양 노총 통합이 가속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위원장 : 2007년까지 산별노조체제가 완성되면, 아마도 양 노총 통합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부문운동세력과 적극적 연대 필요"**

이 소장 : 위원장님이 맡고 계신 단체의 대표는 몇 개나 됩니까?

이 위원장 : 명분상으로나 형식상으로는 민노총 위원장이 여러 가지 연대 상설, 비상설 사업에 거의 참여하기 때문에 스무개 남짓 정도입니다. 이름뿐인 연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연대를 위해선 노동자의 계급성이나 당파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조직과의 연대에서 당파성을 너무 강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적극적인 연대, 신사회 운동 즉 환경이나 통일, 자주화 문제 등등과 적극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 : 한마디만 보태면 선진국 노동운동의 경우를 보면 자신의 노동운동의 여건 확보를 위해 사회 전체적인 문제에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우리 민주노총은 성명서는 내지만, 실질적인 노력은 너무 부족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인 논의 구조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 일자리 창출안, "정치적 동기로 졸속으로 만들어져"**

프레시안 :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 시간을 훨씬 넘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정부 일자리 창출안에 대해 논의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 위원장 : 사실 정부안을 보면 선거를 앞두어서 그런지 애매한 내용이 많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차분하게 잘 해나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일자리 창출에 대해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비난하기 힘들지만,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소장 : 노조로서는 당황스런 일입니다. 일자리 만들자고 하는데 반대할 수도 없고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따라가자니 문제투성이고 대응하기가 참 난해합니다. 결국은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텐데 다시 정책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 교수 :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단 당위성의 차원이나 청년층 실업이 높은 상황에서 필요성 차원에서라도 거부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일단, 동기면 즉 정치적 동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한다면 네덜란드나 독일 이야기를 정부나 사측에서 자주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쪽에서 사회협약이 나온 것과 우리는 조건자체가 다릅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10%에 달하는 고실업상태에서 노동조합이 더 이상의 선택권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그런 절대절명의 실업상황은 아닙니다.

다음은 협상내용에 관한건데요, 노동자의 요구는 고용안정, 비정규직 문제 개선, 질 높은 일자리 창출 등인데 이런 내용이 다 빠져있습니다. 현재 사회 협약은 노사간 매력적인 유인책이 없습니다. 이 사회협약이 실질적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더욱 많이 내놓아야 합니다. 노조 측은 협상안을 마련할 때 정부에게 재정지출, 통화량 등 경제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화시켜 주장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면보다 제가 걱정하는 건 이번 사회협약이란 틀이 총선용이 아닌가라는 점인데요, 다시 말 해 총선이 끝나면 다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현재는 민주노총보고 동참하라고 하지만, 총선이 후에는 오히려 민주노총이 정부와 사용자에게 사회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예정된 시간을 넘길 정도로 폭넓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기로에 선 민노총이 말씀하신 대로 변화와 쇄신의 길을 힘차게 나가기를 기대하며 이 자리를 마감할까합니다. 토론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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