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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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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왜 이러나

경선효과도 못 챙기고 벌써 '빨간불'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부진하다.

추석 밥상머리에 '좌권우박(左권영길, 右이명박)'을 장담했던 그다. 이명박 후보와 양강구도를 만들려면 결선투표에 걸리는 일주일도 아깝다고 1차 경선서 승부를 내달라고 호소했던 그다.

이는 물론 전략적 발언이었겠지만 추석이 지난 뒤 나온 여론조사 지표는 권 후보에게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드러냈다. 중앙일보와 SBS가 추석 후(27~29일) 실시해 1일 보도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권 후보는 3.6%를 얻는데 그쳤다. 열흘 전 4.5%보다 0.9%포인트가 빠졌다. 다른 언론사의 조사에서도 경향은 비슷했다.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보름 동안 권 후보는 '경선 효과'도 챙기지 못한 셈이다.

"감동이 없다"

보름 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다. 민노당, 나아가 진보진영 전반의 '금기 깨기'가 '다이내믹 권영길'의 요체였다.

당선 직후 그는 민노당 사상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체제에 대한 '똘레랑스(관용)'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다. 20일엔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를 찾아 기업 임원들과 손을 맞잡았다. 민노당이 반(反)기업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다. 국군의 날인 1일엔 군부대를 방문했다. 안보를 돌보는 진보후보임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다.

바쁘게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의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 권 후보 측은 "국민들이 민노당을 바라볼 때 국가운영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며 "본질적으로는 수권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의식적 행보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민주노동당 사상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권영길 후보ⓒ연합

하지만 중앙당의 한 당직자는 "권 후보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인정하지만 좌를 보다가 갑자기 우를 보면 금기가 깨지느냐"며 "무엇을 제시하는지가 나와야 국민들이 민노당을 돌아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정 중심의 행보나 기존의 이미지를 탈각시키기 위한 몸부림은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며 "이런 선거운동으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박용진 대변인은 "언론이 이명박과 범여권의 양강 구도로 판을 짜고 있다"며 "언론 노출도를 보면 민주노동당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론에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불리한 언론환경 외에 내부적인 원인분석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특히 잇따라 문국현 후보에게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자 권 후보의 처지가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권 후보 측이 문 후보에게 포문을 연 것도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발표되던 즈음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유한킴벌리 버전일 뿐"(9월28일)이라며 "그저 정원에서 뒷짐 지고 좋은 말만 한다고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1일)고 잇따라 비난했다.

그러나 28일 문 후보에 대한 첫 논평이 나온 직후 당의 한 경제정책통은 "너무 나갔다"고 우려했다. 문 후보의 경제정책, 경제관에 대한 밀도 있는 비판이 아닌 '몽니'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똑같이 '사람경제'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 후보에게는 이 슬로건이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노회찬-심상정 '역할'이 없다

민노당의 한 현역의원은 최근 자신의 보좌진들 앞에서 "나조차도 권 후보의 발언이 언론에 나와야 '이게 우리의 공약이구나' 하고 알게 된다"며 "밖에서 누가 뭘 물어 와도 아는 게 있어야 답을 할 것 아니냐. 이놈의 집구석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라고 푸념했다고 한다.

경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경선 캠프 중심의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심상정과 노회찬이라는 거포가 권 후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것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선대위 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늦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멋진 어시스트'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선체제로의 전환은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권 후보는 30일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잇따라 만나 이들의 역할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에 만난 노 의원과는 대취할 정도로 회포를 풀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전언에 따르면 심 의원은 "단지 열심히 해보자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각 진영의 책임 있는 사람들과 같이 논의해서 선대위 구성 등과 관련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지의 지적을 했다고 한다.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 자리에선 공식적인 안건에는 없었지만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가 오갔다. 한 참석자는 "후보가 확정됐으니 권 후보와 코드에 맞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조직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후보 비서실장과 조직위원장, 전략기획단장, 정책개발단장, 미디어홍보위원장, 선거대책본부장 등 선대위의 요직에 권영길 캠프에서 활동한 자주계열 인사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소문과 무관치 않다. 당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 '전략적 배치'를 하는 과정인 선대위 구성이 경선에 대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인선'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 등이 조직적으로 중요한 방향이나 가닥을 결정해줘야 하는데 역순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경선 효과를 선대위 구성으로 상승시키는 과정이 이뤄지지 못해 후보의 이미지를 세팅하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 보름을 그냥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이르면 2일 선대위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에 기용될 게 확실시 된다. 그러나 이들이 선대위의 기조와 내용에서 유리된 채 '무늬만 선대위원장' 자리에 오를 경우 '권·노·심 삼두체제'의 파괴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선대위 진용'이 보름을 허탕 친 권 후보와 민노당의 대선가도를 가늠해 볼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진 대변인마저 "(소문대로 인선이 된다면) 탕탕평평이 아니다"고 했던 내용이 얼마나 바뀌어 드러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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