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 디스토피아 SF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 25주년을 맞아 새로운 감독판으로 선보인다. 이름하여 '파이널 컷'. 15년전 '디렉터스 컷'으로도 다 보여주지 못했던 <블레이드 러너>의 진정한 면모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종본'이어서 영화광뿐 아니라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적 주제에 관심을 가져 온 인문학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 : 파이널 컷>에 대한 관심은 이미 외지에서는 톱 뉴스 수준. 최근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좀더 어둡고, 좀더 황폐하고, 좀더 아름다운 <블레이드 러너>를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8월 열린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파이널 컷>은 지난 달 28일과 29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잇달아 시사회를 통해 평론가들과 영화관계자들에게 공개됐다. 두 신문은 이번 작품을 "스콧 감독의 당초 구상을 완전하게 부활시켰다"며 "스콧의 디스토피아적인 시선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파이널 컷>은 이번달초 미국 일부 극장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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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
필립 K. 딕의 소설을 토대로 한 <블레이드 러너>가 미국에서 첫 개봉된 것은 1982년. 그러나 개봉당시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에 밀려 흥행에 실패했다.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그린 <블레이드 러너>와 따뜻한 성품의 외계인을 주인공을 내세운 <ET>는 비주얼이나 세계관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뚜렷하게 달랐다. 게다가 영화는 스콧감독의 구상대로 극장에 걸릴 수도 없었다. 시사회를 마친 영화사측에서 "너무 어둡고 암울하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들의 삭제를 요구한 것. 문제의 장면은 바로 인조인간 '리플리컨트' 사냥꾼인 데커트(해리슨 포드)와 연관된 부분이었다. 극장 개봉판은 데커트가 사랑하는 리플리컨트 레이첼(숀 영)과 함께 멀리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스콧의 구상은 달랐다. 황량한 미래사회를 강조하기 위해선 데커트 역시 리플리컨트임을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사측은 인간적인 고뇌를 안고있는 데커트마저 리플리컨트로 만드는 반전을 설정할 경우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결국 장면삭제를 밀어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전에 발표된 '디렉터스 컷(감독판)'에서는 데커트의 캐릭터가 리플리컨트임이 암시적으로 처리돼 있다. 하지만 이번 파이널 컷은 제작진이 워너 브러더스의 버뱅크 스튜디오 창고에 쌓여있는 수백개의 필름통을 일일이 뒤진끝에 삭제됐던 문제장면을 찾아내 복구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덕분에 데커트가 리플리컨트란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다. 또 특수효과 장면 등을 디지털을 생생하게 보정한 덕분에 마치 3D를 보는 듯 입체감이 살아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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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블레이드러너>를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하나가 나만의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한다는 것이다. 25년전 나는 참 고집스러웠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좀더 고집을 부렸어야 했던 것 같다"는 말로 오랜 세월을 지나서야 온전한 <블레이드 러너>를 탄생시킨 감회를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속에서 '프리스'란 이름의 안드로이드 역을 연기했던 대릴 한나는 "영화를 찍을 당시 매일 마치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고, 리플리컨트 반란대장인 로이 배티를 연기한 룻거 하우어는 "21세기인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를 했다. 한편 <블레이드러너 : 파이널컷>은 오는 12월 중 워너비디오를 통해 5개짜리 특별 박스세트DVD로 전세계에서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이 세트에는 미국 극장개봉판, 인터내셔널 극장개봉판, 디렉터스컷 버전을 비롯해 다양한 피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한 작품이 30년 가까이 반복해서 출시되거나 공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그만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시대를 경유하면서도 끊임없는 현재성을 가지고 새로운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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