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전(前) 정책연구원이 지난 18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못 받은 사업비와 퇴직금 지급을 도와달라며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보건의료정책 연구원이었던 홍춘택 씨는 이날 진정과 함께 문성현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전원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도 함께 접수했다.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당을 보호하는 방법 아니다"
홍춘택 전 연구원은 지난 8월까지 3년 3개월 동안 민주노동당에서 일해 왔다. 지난 8월 퇴직 당시 밀린 임금 외에도 지난 6월 초 사비로 지출했던 사업비 195만 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민노당은 퇴직금 480여 만원을 포함해 이 돈을 지급해달라는 홍 전 연구원의 요구를 한 달이 넘도록 들어주지 않았다.
얼마 전 민노당은 홍 전 연구원과 △사업비는 8월 말까지 지급하고 △퇴직금은 9월 14일 이후 구체적인 지급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노당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홍 전 연구원은 1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업비도 지급되지 않았고 14일 이후에도 당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더 이상의 대화가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해 개인 명의로 노동부에 진정 및 고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불됐던 임금은 지난 17일 받았다"고 말했다.
홍 전 연구원은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당을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퇴직자들이 당의 이미지를 생각해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을 때 오히려 제대로 처리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연구원의 진정에 따라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체불된 사업비 및 퇴직금이 확정되면 민노당에 지불요청을 하게 된다. 노동부의 지불요청에도 민노당이 밀린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고소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이후 당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홍 전 연구원은 "없다"고 말했다.
민노당의 임금체불 문제 심각…"적자 예산 편성부터 문제였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민주노동당이지만 당직자들의 임금체불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 설립된 민노당노조는 상습적인 임금체불로 당사 앞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김지성 민노당노조 위원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3월부터 임금의 일부 혹은 전부가 늦게 지급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8월분 임금도 지난 7일에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참다 참다 곪아 터지는 민노당이 되지 않도록")
문제는 임금 뿐 아니라 사업비 역시 개인이 먼저 지불하고 못 받은 돈이 상당하다는 것. 김지성 위원장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몇십 만원에서 몇백 만원까지 사업비 체불이 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근자들의 이 같은 임금체불 및 사업비 미지급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재정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 해 민주노동당의 수입은 일반당비 70여 억 원에 국가보조금 20여 억 원, 의원실에서 내는 공직특별당비 등을 합해 100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매년 이보다 많은 액수의 예산이 편성되다 보니 상근자들에게 당장 피해가 가는 것이다.
김지성 위원장은 "올해 예산을 처음부터 적자로 편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정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불안정한 구조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상근자에 대한 임금체불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라는 것.
홍 전 연구원은 "당에서 일할 때도 임금체불은 비일비재했지만 사전통보도 없이 지연되곤 했었다"며 "생활인인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준다는 것도 분명치 않은 당의 태도가 얼마나 큰 부담인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재정이 빠듯해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며 "당이 가지고 있는 부채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사실 없지만 개인이 충당한 사업비는 우선적으로 변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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