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 형사부(재판장 김득환 부장판사)는 보복폭행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김승연 피고인에 대하여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하였다. 부정에서 비롯되고 직접 폭행하지는 않았으며 계획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 6일 현대차 그룹 정몽구 피고인 집행유예 판결에 연이서서 재벌에 대한 봐주기 식 판결이 선고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법원이 이렇게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판결을 거듭 하는 것에 대하여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김승연 피고인은 '보복 폭행'으로 사적 보복을 금지하는 법질서에 정면으로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산 속 공사장으로 데려가 감금한 뒤 쇠파이프 등으로 때려 상해를 입힌 사람이다. 자신의 재력을 이용하여 조직적 폭력을 사주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계획적이며 그 수단이나 양태도 매우 불량하고, 범행 이후에도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들을 통해 사실이 알려지자 전 경찰청장 등을 동원하여 범죄를 은폐하려 하여 경찰간부들이 구속기소되는 등 큰 물의를 빚었다.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이며, 훨씬 더 우발적인 폭력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는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도 전혀 맞지 않는다.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에 대한 '사회봉사 조건부 집행유예'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8,400억 원의 개인재산 출연, 준법경영에 대한 강연, 준법경영에 대한 기고 등을 조건으로 하는 사회봉사명령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형법?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등에 반하는 것이다. 당초 사회봉사명령제도를 신설하기 위한 형법 개정 당시 피해자에 대한 피해변상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안이 있었으나, 이것이 돈 있는 자만을 우대한다는 비난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던 것이다. 법리적 문제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미 정 피고인이 공언한 개인재산 출연의 범위를 밑도는 금액인데다가 범법자에게 준법에 대한 강연이나 기고를 하라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돈을 대신 내고 실형을 살지 않는다"는 식의 조건을 부가하여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형사 사법의 정의가 금전적 출연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그릇된 선례를 남기고, "유전무죄" 식의 극도의 사법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재벌 사주들에 대한 봐주기 판결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는 법원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법 원칙을 어기고 근거 없는 벌을 만들어내면서까지 거액을 횡령한 대기업 사주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공사장에서 행한 보복폭행에 대해 '부정'이나 '우발성'을 이유로 집행을 면해 줌으로써, 스스로의 권위와 정당성을 훼손하는 판결을 반복하는 것에 대하여 강력히 비판하는 바이다.
2007년 9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백 승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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