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방송으로 바꾸는 것은 흑백방송에서 컬러방송으로 바뀐 것보다 더 혁명적인 일이다. 이러한 디지털방송혁명의 핵심에는 물론 최첨단의 디지털기술이 자리잡고 있고 우리 모두는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방송 도입에는 말도 많고 관련 당사자들간의 이해상충과 갈등도 클 수밖에 없다.
디지털방송의 전송방식을 둘러싼 정통부와 방송노조와의 심한 마찰,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간의 지상파TV 재전송과 관련된 충돌, 지상파DMB(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와 위성DMB도입과 관련된 관계당국과 이해당사자들간의 갈등 등은 벌써 몇 년째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지만 정부와 방송위원회는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우와좌왕하고 있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국회 문광위에 상정, 2월중 임시국회에서 심의될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둘러싼 정부부처간의 힘겨루기, 그리고 이해당사자(주로 지상파TV 3사)의 반대와 로비활동 때문에 방송법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방송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정부가 그동안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해온 지상파DMB와 위성DMB사업을 통한 세계디지털방송시장 개척은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디지털 방송관련 산업체들의 대규모 선투자에 대한 손실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또다른 문제는 DMB사업의 이해당사자들인 지상파TV 3사와 일부 재벌기업들의 로비활동 때문에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지난 몇 년 동안 디지털방송 추진 위원회의 연구와 심의를 거쳐 확정, 발표했던 디지털방송 기본계획의 중요사항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지상파DMB는 기술표준이나 방송서비스의 질과 폭, 시장성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서비스'인 것이 분명한 데도 이것을 기존 아날로그 방송의 단순 전환이나 연장으로 재정의 하려는 시도가 지상파방송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지상파DMB 사업에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기존 지상파TV 3사의 독식을 제도화하려는 음모라고밖에 볼 수 없다.
둘째, 지상파DMB사업에 재벌 기업집단의 지분참여(경영권 확보)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우리의 현실상 시기상조의 이론이다. 이는 지난 몇 십년 동안 방송의 공익성 담보를 위해 견지해온 현행 방송법 제8조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재벌기업집단의 지분참여 제한조치를 해제하려는 것이다.
물론 방송산업의 투자대상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신규 자금조달이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와 시장논리에 따라 만약 재벌 기업집단에서 지상파방송(DMB포함)의 경영권이 아무런 제약없이 허용될 때 과도한 경쟁과 상업성 추구로 인한 폐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셋째, 별정방송을 통신서비스로 그대로 놔두고 데이터방송은 연동형데이타방송만 방송위원회의 규제대상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데이터방송과 별정방송도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을 방송수신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상업성이 함께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야 할 것이다.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편의에 따라 서로 나눠먹기 식으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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