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이재홍 수석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정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정 회장에게 1심의 징역 3년의 실형 선고를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정 회장에게 사회봉사명령을 추가했다. 특히 재판부가 정 회장에게 경제인 모임에서 준법강연을 하라고 주문한 점이 눈에 띈다.
이로써 정 회장은 감옥행 위기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이날 오전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631억57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5개 계열사가 현대카드와 로템 등 다른 계열사들에게 △물량 몰아주기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 △납품대금 결제방식 변경 △부품대금 대납 △고가의 수의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3조 원에 육박하는 거래를 했으며 결과적으로 2585억 원의 규모를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가 508억100만 원으로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고, 기아차는 61억5400만 원, 현대모비스는 51억2900만 원, 글로비스가 9억3400만 원, 현대제철이 1억3900만 원 등이다.
그러나 현대차 측에서는 600억 원이 넘는 과징금보다 정 회장의 집행유예를 더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현대차 측에서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해 불복하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방침이기 때문에 과징금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현대차그룹 규모에서 600여억 원의 과징금도 기업 기반을 흔들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음으로써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현대차 측에서는 과징금 소식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쁜 소식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집행유예 선고로 인해 법원에 대해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물론, 집행유예가 사실상 징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법부의 뿌리깊은 오명인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