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A교수를 지난 8월 22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애초 사건이 알려지자 '진상조사위원회'와 '성윤리위원회'를 소집했던 학교 당국은 피해자의 형사 고소 이후 잠정적으로 대응을 중단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학부·대학원, 문학예술학과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현직 강사 등은 지난달 24일 'A교수 성폭행 사건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대학원 건물 로비에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피해자 "박사학위, 장학금 미끼로 무마 시도"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보도한 중앙대 <대학원신문> 9월 5일자를 보면, A교수는 지난 7월 12일 경기도 안성 중앙대 2캠퍼스 교수 숙소로 피해자를 불러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자는 7월 18일 학교 총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는 탄원서에서 "성폭행이 있은 뒤 A교수는 (…) 박사 학위, 장학금을 미끼로 전화를 또 걸겠다고 말했다"며 "그날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죄책감 없이 앞으로 잘해줄 테니 더 이상 없던 일로 무마하자는 태도에 분노했다"고 덧붙였다.
A교수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일 뿐"
<대학원신문>은 "(사건이 알려지자) A교수 소속학과 전임교수들은 대책회의를 갖고 피해자의 요구사항인 A교수의 사직과 보상금 지급을 A교수와 합의했다"며 "그러나 이후 학교 측이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A교수는 앞서 합의한 사안을 번복하고 무죄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A교수는 그러나 지난 8월 11일 소속학과 게시판에 "사건의 전말이 상당 부분 왜곡돼 있으며 (…) 여러분이 접한 내용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내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회 측에서 말하는 일방적인 '정황의 종합'만으로는 이 사건의 본질이 규명되지 않는다"며 "본인은 허구와 음해에 맞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A교수는 사직을 보류한 채 2학기 일반대학원 강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비상대책위 "학교가 비합법적·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논란이 커지자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학교 당국의 처신도 눈총을 받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 측이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해 교수를 비호하려 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1일 학내 대자보를 통해 "학교 당국은 사건 이후 '성윤리위원회'를 구성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규정에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급조했다"며 "이 위원회는 피해학생이 소속된 1캠퍼스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A교수가 보직교수로 있는 2캠퍼스에서 조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렇게 비합법적으로 구성된 기구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폭언으로 피해자에게 또다른 폭력만 가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학내 성폭력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학교 당국이 비합법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로 피해 학생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학교를 믿지 못하게 된 피해자는 법에 호소하는 길을 택하게 됐다"며 "학교 당국은 지금이라도 진상조사를 위한 적법한 기구를 꾸려 학내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이런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지난 8월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성윤리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성윤리위원회는 지난 8월 22일 피해자가 A교수를 형사 고소하자 같은 달 29일 3차 위원회를 열어 활동 중지 결정을 내린 뒤 해산됐다. 현재 중앙대 당국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학생들이 자유게시판에 올린 관련글들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게시물 읽기를 막아놓은 상태다. 또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대학원신문>이 5일 교내에 배포되자 이를 회수 조치했다.
중앙대 측 "학생들 성급해…사실관계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야"
성윤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학교 당국의 처신을 둘러싼 비판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성폭행 여부에서 양쪽의 주장이 다른 데다 A교수의 주장이 수긍할 만한 대목이 있다"며 "이미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를 한 상태이니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의 주장만 가지고 조치를 할 수 없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내용을 실은 신문을 펴낸 학생들이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원 로비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며 A교수가 수업을 강행할 경우 이에 항의하는 시위도 전개할 예정이다. 비상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자유게시판의 게시물이 삭제되면서 학내 여론도 더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프레시안>은 논란의 당사자인 A교수의 해명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본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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