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현장대장정을 마치고 돌아 온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분위기는 취임 직후와 사뭇 달라진 듯했다. 취임 직후 "5대 재벌과도 대화할 수 있다"며 '대화'를 강조했던 이 위원장이었다. "머리띠 함부로 묶지 않겠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내년 상반기 전에 한 번 크게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나는 얼마든지 합리적일 수 있지만 합리적이려면 소통이 돼야 하지 않냐"며 이 같이 말했다. "법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말로 안 되는데 어떻게 하냐"고도 덧붙였다.
"대화는 누구와도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석행 위원장의 발언의 무게는 대화보다는 '투쟁'에 맞춰져 있었다.
"가스, 전기, 항공 관련 노조에 파업권 위임 호소했다"
5개월여의 현장대장정 기간 동안 이석행 위원장은 전국 곳곳의 총 574개 사업장을 돌아다녔다. 이석행 위원장이 특별히 신경을 쓴 곳은 크게 두 종류의 사업장으로 나뉜다. 조합원 수도 얼마 되지 않고 힘도 없는 중소 영세 사업장과 발전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반산업에 속하는 사업장이다.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는 가장 약한 영세·비정규 노동자의 고민을 민주노총이 앞으로 집중적으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기반산업 사업장에서는 "파업권을 민주노총에 위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곳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해도 쉽게 함께 하기가 힘든 사업장들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면 국가 기반이 흔들려야 한다"며 "이들 노조의 대의원대회에 직접 가서 파업권을 위임 받아 총파업 선언하면 가스 끊기고 전기 나가는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민주노총이 국민에게 외면 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합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힘이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금속노조 빼고는 힘이 없지만 민주노총의 힘을 키워서 제대로 된 파업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과도 만날 수 있다"
간담회 내내 "대화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그는 "5대 재벌과의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음 주부터는 대선 후보들과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나서 '전교조 해체' 등의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따질 것은 따지고 얘기 들을 것은 듣겠다"는 것. 민주노총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이랜드 노사갈등과 관련해서는 "추석 매출 저지 투쟁 등 사활을 걸고 끝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가진 회동에서 "장관이 이번주 집중 교섭 자리가 마련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민주노총의 내부 혁신과 관련해서는 "현재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민주노총의 대의원을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해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을 다녀보니 민주노총에서 뭘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민주노총의 결정 사항을 현장에까지 직접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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