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 세상을 보는 창… 20세기와 함께 나타난 TV는 그 엄청난 파급력만큼 다양한 별칭이 붙여졌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되고 미디어 제작이 보다 손쉬워지는 21세기, TV는 또 한 번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3일 제44회 방송의 날을 맞아 김학천 전 EBS 사장, 신영관 한국PP협회 사무총장,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등 전·현직 언론계 인사 57명이 'TV 2.0 시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래의 방송은 참여, 개방, 공유, 소통을 키워드로 하는 오픈플랫폼인 TV 2.0의 모습"이라며 "우리 방송은 조속히 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자 주권'이 구호 아닌 현실 되도록"
이들에 따르면 TV 2.0이란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TV 1.0 시대와 달리 시청자들이 방송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정보를 주고받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실례에서 보듯 TV 역시 '집단적 지식 생성'의 공간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이들은 "'시청자 주권'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는 게 바로 TV 2.0"이라며 "인터넷에서 이미 그러하듯 TV 2.0 시대의 시청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사와 방송종사자는 이용기회의 공정성을 관리하는 대리인이며 결코 독점적 소유자가 아니다"라며 " "우리 사회는 TV가 다만 세상을 보는 창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내는 열린 광장이 되어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 통신 등 미디어가 융합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그런 변화가 어떤 의미있는 사회적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는 "웹2.0을 통해 쌍방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듯 방송 역시 제대로 활용한다면 과거의 언론 기능 뿐만 아니라 창조산업이 중요해지는 미래에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며 "TV와 방송을 권력이 아닌 집단적 지식 형성이 이뤄질 수 있는 공적 자산으로 보는 것이 TV 2.0"이라고 밝혔다.
풀뿌리 시청자 단체 '미디어 2.0 네트워크' 발족 예정
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새로운 방송 패러다임인 TV 2.0의 구체적인 모습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에서 열린 토론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 같은 뜻을 담은 공개서한을 방송위원회 등 관련 정책당국, 국회, 관련단체 등에 전달해 사회적 토론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연내 시청자와 전문가가 함께 하는 풀뿌리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2.0 네트워크(가칭)'를 정식으로 발족해 세미나,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제안 청원 등 적극적인 의제 설정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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