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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이랜드 투쟁',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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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이랜드 투쟁', 무엇을 남겼나?

[분석] '비정규직 외면' 오명은 벗었지만...

"매일 2곳씩의 이랜드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키겠다"며 지난 16일부터 활동한 민주노총 '1000명 선봉대'가 31일을 끝으로 보름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민주노총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에 거의 최초로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비록 보름에 불과했지만 민주노총이 개별 단위 사업장의 노사갈등,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이번 '1000명 선봉대'의 활동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비정규직을 껴안는 민주노총으로의 변화와 혁신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각 연맹별로 할당된 '1000명 선봉대'의 인적 구성이 연맹 간부 중심이었던 것은 아직도 넘어야 할 한계다. 또 이랜드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이 민주노총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이슈로 떠오른 데 따른 것으로 "비정규직 외면이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오명 속 최초의 비정규직 집중 투쟁
▲지난 16일부터 민주노총은 매일 1~2곳 씩의 뉴코아, 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이 소유한 유통업체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프레시안

'1000명 선봉대'의 운영 계획은 지난 7월 31일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의 2차 매장 점거 농성이 정부의 경찰병력 투입으로 또 한 번 강제 해산된 뒤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더 이상 경고란 없다"며 "이랜드 자본이 뼛속깊이 후회하게 해줄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관련 기사 : 민주노총 "이랜드, 이제 응징만 남았다")

지난 16일부터 민주노총은 매일 1~2곳 씩의 뉴코아, 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이 소유한 유통업체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관련 기사 : "매일 2곳씩 이랜드 영업 중단시키겠다")

이 같은 활동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이라는 민주노총에 대한 싸늘한 시선 속에, 비정규직 투쟁에 민주노총이 거의 최초로 총연맹 차원의 계획을 세우고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의 생존권 투쟁에 민주노총이 보름 간 매일 특정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기간 중 민주노총이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 장기화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의 조합원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점이 눈에 띈다. 정신적 지원 뿐 아니라 몸과 돈도 지원해 준 셈이다.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합원들이 파업이 길어지면서 어려워했는데 민주노총의 이런 지원으로 힘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과연 비정규직을 보는 현장 조합원의 시선도 달라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지원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연맹별로 할당된 머릿수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며 그마저도 대부분 연맹 간부들이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조합원의 힘이라기보다는 지도부의 "해야 한다"는 앙상한 원칙만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우문숙 대변인은 "평일에 진행되는 매장 봉쇄에 일반 조합원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고 인정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이 이랜드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조성됐다"고 항변했다.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는 설명이다.

우 대변인의 말대로 과거 비정규직의 파업을 대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태도와 이번 이랜드 파업에 대한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노총의 조합원 교육 등의 노조 활동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랜드 투쟁 자체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또 그것이 그대로 비정규직의 어려움에 대한 '입장의 동일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여전한 극복과제다. 아직도 많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또 2005년 여름부터 모았던 '비정규직 기금 50억'은 2년이 지난 8월 말 현재 절반도 안 되는 19억 원이 모이는 데 그쳤다.

"갈 길은 아직 멀었다"
▲ 민주노총이 거의 최로로 비정규직의 싸움에 총연맹 차원의 행동을 벌였지만 그것이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입장의 동일함을 느끼는 것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다. ⓒ프레시안

따라서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랜드 자본이 뼛속깊이 후회하게' 만들어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데 민주노총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도,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외면한다'는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도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1000명 선봉대'의 마지막 매장 봉쇄 운동을 서울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벌였다. 이후에는 유통업계의 '대목'이라는 추석을 앞두고 '추석 불매운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체에게 매장 봉쇄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민주노총은 '매장봉쇄', '불매운동'의 방식으로 이랜드 사측을 압박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보름 동안 당사자인 이랜드 노사의 교섭은 진전이 없었다. 한 번도 마주 앉지조차 못했다. 노사 모두 각각의 이유가 있어 교섭이 소강상태에 머물렀던 것이지만 이는 보름의 매장 봉쇄로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 '이랜드 갈등'에 대해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민주노총은 이제 "비정규직 철폐"라는 선언적인 구호를 넘어서야 한다. 이미 곳곳에서 는 비정규직 계약해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1000명 선봉대'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동시에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각도의 고민을 집중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당장 생계로 고통받는 이들의 어려움을 몇 차례의 집회와 지도부의 '결의'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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