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구애의 농도가 높아졌다. '무임승차'에 대한 비판론이 당내에 여전하지만 문 전 사장과 궁극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는 별다른 반론이 없다.
그러나 정작 문 전 사장은 "가치관의 응집 없이 세력만 모인 것은 일회적 통합"이라며 영입론에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민주신당의 본경선이 시작되는 9월15부터 추석연휴 전까지 문 전 사장이 자력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지지율을 만들 수 있느냐를 양측 역관계의 분수령으로 꼽는다.
민주신당 "문국현 함께 할 수 있다"
민주신당 오충일 대표는 30일 대전지역 개편대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함께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문 전 사장에게 문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문 전 사장은 평화개혁세력이고 냉전수구세력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대표는 그러나 "문 전 사장은 '당의 틀이 지지층을 더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는 게 본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고 문 전 사장이 당장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일부 대선 예비주자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 전 사장과의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신기남 후보는 이날 YTN이 주관한 민주신당 예비후보 TV 대담에 출연해 "문국현 등 진보개혁 후보들을 단일화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진보 후보 간 연대를 선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후보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고, 김두관 후보도 "대선후보들이 합의해 문 전 사장이 민주신당 후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신당 지도부는 자체 경선의 흥행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후보들은 자력으로 예비경선 통과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국현 영입론'에 팔을 걷은 것으로 풀이된다.
"세력이 많아도 감동이 없으면 실패"
그러나 민주신당의 '선(先)변화'를 강조해 온 문 전 사장은 독자세력화 쪽으로 한층 무게중심을 옮긴 분위기다.
문 전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민주신당이) 정책과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된다면 당연히 단일화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 아예 단일화의 기회를 안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 세력 가운데 자신의 능력이 우리의 비전과 가치관, 정책에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합류를 바란다"고 민주신당 측에 대한 '역(逆)견인'의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 전 사장은 이어 "인터넷에서의 열기를 보고 놀랐다"며 "잠잠하게 죽어있던 영혼이 불타오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에 대한 관심도를 호의적으로 자평하는가 하면, "아무리 세력이 많아도 감동을 주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만 "꼭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 수 있는 전국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꼭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만들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리 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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