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일 정세균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접견한 자리에서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의 분당, 대북송금 특검, 2005년 하반기에 불거진 안기부 도청 엑스파일 논란 등을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분당과 특검 사과했어야"
최경환 비서관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쓴소리를 하겠다. 청산할 것은 청산해야 했다"고 말문을 연 뒤 작심한 듯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국민들은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줬는데 국민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갈라섰다"며 "국민들의 마음이 열린우리당을 떠난 것은 국민의 동의 없이 분당을 한 것에 있다"고 질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1차 남북정상회담은 민족적 대사였는데 이를 정략적으로 몰아붙여 특검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초 북한과의 문제는 문제도 되지 않았고, 박지원 비서실장의 150억 원 문제가 나왔는데 이는 대법원에서 두 번이나 무죄가 나왔다"며 "민족적인 일에 대해 정략적으로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분당과 특검 문제는 당에서 책임졌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국민들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이 비록 열린우리당에 대한 질책의 의미로 1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유감을 표한 것이지만, 이는 사실상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청와대의 반응이 주목된다.
"문민정부가 내게 한 도청이 본질"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안기부 도청 사건과 관련해 "도청의 진짜 내용은 빠지고 죄 없는 두 국정원장만 구속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부하직원들의 말에 따라 임동원, 신건 두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었다"며 "문민정부가 특히 나에 대해 도청 한 게 엑스파일의 본질이다. 시효가 넘었지만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석했던 윤호중 의원은 "과거 정부가 DJ에 대한 도청을 많이 했고 그것이 X파일로 남아있는데 이를 낱낱이 공개해달라고 누차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반면, 오히려 도청을 중단시킨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건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강도 '386 세대' 질책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범여권의 386세대 정치인들을 향해서도 "그동안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한 반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최 비서관과 윤 의원은 "특정 캠프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고 진화했으나 최근 386 정치인들의 손학규 캠프 합류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나온 직접적인 비판이어서 관심을 끈다.
김 전 우선 "386세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이 젊은이답게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전라도로, 경상도로 대중 속으로 배낭을 메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개혁 정부가 왜 재창출돼야 하는지를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통합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여러 정치인들이 그동안 잘못이 있다면 크게 결심하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앞으로 정치를 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면담 자리에는 386 세대로 분류되는 윤 의원과 오영식 의원이 배석했다. 윤 의원은 "우리 세력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이 지금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으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의원은 "보수 수구세력이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시대에 맞는지, 왜 민주정부가 세워져야 하는지 직접 대중 속으로 들어가 설득하고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에서 50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는 정세균 전 의장, 원혜영, 박찬석 전 최고위원, 오영식, 윤호중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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