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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영화 두편이 한국영화를 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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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영화 두편이 한국영화를 살린다고?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한국영화의 위기론 얘기다. 영화산업이라는 게 워낙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분야이긴 하지만 지난 한 반년간은 냉탕 얘기를 좀 지나치게 한 감이 있다. 한국영화 위기론에 대해 꽤나 얘기들을 하고 또 걱정들을 했다. 모두들 한국영화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얘기들을 했다. 나 역시 그 장본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제 조금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잘 될 때도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일이 다소 안될 때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얼마 간은 그러지를 못했다는 반성이 든다. 최근에 본 일련의 영화들, 정씨 형제 감독의 <기담>을 비롯해서 정윤수 감독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들은 한국영화가 조금씩 조금씩 예전의 감각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한국영화에는 여전히 괜찮은 작가들, 그 인력군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런 영화들이 전체의 6할만 차지해 준다면 영화의 위기니 뭐니 하는 얘기는 애당초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기담 ⓒ프레시안무비

하반기 라인업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명세, 허진호, 곽재용, 곽경택 등 나름, 저력있는 감독들의 신작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이들 감독들은 한때 크게 성공했다가 한때 크게 망한 적이 있는, 그래서 단맛보다는 쓴맛을 '좀더 아는' 인물들이다. 이런 감독들은 이제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다. 하반기 영화들에 믿음이 가는 게 그때문이라면 별 희한하고 근거없는 얘기일 뿐이라고 면박만 당하게 될까. 한국영화가 지난 1년간의 고통을 딛고 조금씩 소생하는 듯한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건 꼭 최근 대박을 터뜨린 <화려한 휴가>나 <디워>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두 영화 때문에 정말 많이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이 두편의 영화의 성공으로 한국영화계가 소생하게 되겠느냐'는 말같지도 않은 것이었다. 좀 생각들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한국영화계가 안좋았던 것은 오로지 흥행성적, 흥행타율이 안좋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계가 휘청휘청댔던 것은 말 그대로 '휘청휘청' 살았기 때문이다. 버는 돈보다 더 쓰고, 얼마를 쓸지도 모른 채 일단 일을 시작하고 보는, '주먹구구식' 사업운영 탓이었다. 이건 곧 영화 한편한편의 손익 문제가 아니라 영화산업 전체의 구조가 잘못돼 있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한국영화가 좋아질 일은 만무한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화려한 휴가>와 <디워> 두편이 잘된다고 한국영화가 잘될 거냐라니? 이 무슨 무지한 발상들인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프레시안무비

오히려 청신호는 두편의 영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두편의 영화가 성공하는 시기와 맞물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영화산업 전 분야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또 합의하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가협회는 배우협회,촬영감독협회,조명감독협회 등 거의 전 직능단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비용 20%씩을 자진 삭감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영화 한편 만드는데 평균 제작비가 50억원이 들었다면 앞으로는 40억원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비용구조가 낮아지면 흥행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작가들은 좀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창의력을 더 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산업 내부의 구조를 합리화시키는 진정한 목적은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로 하여금 좀더 마음껏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데에 있다. 한국영화계가 요즘에서야 그걸 절실하게 깨달은 셈이 된다. 그러니 이제는 영화 한두편의 대박 성공에 벌떼처럼 몰려들어 흥분하지 않았으면 싶다. 이제는 정말 그런 시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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