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위도 핵 폐기장 시설과 관련한 부안군민들의 '연내 주민투표 실시' 주장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책위측은 정부가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화기구에서 철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후 사실상 대화 분위기가 결렬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총선 이후에나 가능해"**
정부는 17일 오후 부안 대책위와 간사 간 협의를 하는 자리에서 "주민투표를 통한 부안 문제 해결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주민투표를 연내로 확정해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주민투표와 관련해 법적, 행정적, 정치적 사항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여러 가지 근거를 댔다.
정부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주민투표법(안)이 시행 또는 공포 또는 시행된 후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재 진쟁중인 정밀 지질 조사 이전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주민투표가 정치적 분위기와 연계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혀, 부안 사태가 정치 이슈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밖에도 찬반토론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설명회나 토론회 개최가 필요하고, 주민투표를 위한 행정 준비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내 주민투표 실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총리실, "내년 1~2월 실시 가능할 수도"**
한편 간사 협의에서 총리실의 정익래 수석비서관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선) 앞으로 두세달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내년 1-2월 실시 가능 입장도 동시에 밝혀 주목된다.
또 정 수석은 간사 협의에서 부안측의 한국수력원자력 부안사무소의 철수 요구에 대해 "한수원 사무소의 주민접촉 홍보와 국내외 시설 시찰단 신규모집 등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주민투표는 막아라"가 진의?**
이번 정부의 '연내 주민투표 수용 불가'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정부의 대화 분위기 조성 움직임이 일종의 기만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부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주민투표'를 주민들이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정부 모두 '연내 주민투표 불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권오규 정책수석은 7일 "위도 방폐장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어렵다. 내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애기될지 모르겠다"고 밝혀 사실상 '연내 주민투표 불가' 입장을 밝혔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주민들이 이번에 투표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론조사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 상당수가 부안에 핵폐기장을 짓는 것을 기정 사실로 상정하고, 이번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청와대가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건데,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결코 정부가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이 아닌데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에 정부가 부안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참여정부가 대화 운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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