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윤석화 씨가 "이화여대에 다닌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1974년 입학했다가 이듬해 민중극단 '꿀맛'을 통해 무대에 오른 뒤 연극의 매력에 빠져 대학을 자퇴했다"던 평소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고백이다.
실제로 이화여대 측도 윤 씨가 이 대학에 입학한 기록이 없다고 밝혀 이런 고백을 사실로 인정했다.
김옥랑 대표 학력 위조 건 보고 고백 결심
윤 씨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www.yoonsukhwa.com)에 올린 "고백입니다"라는 글에서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다"고 밝히고, "어릴 적 철없이 했던 거짓말이 30년 세월 동안 양심의 발목을 잡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외국에서 1년을 살면서 국내소식에 둔감했었는데 며칠 전 서울에 와서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의 학력 위조로 문화계가 고심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했던 제 양심이 곤두박질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고백의 때를 생각했지만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사이에 이 '때'에 이르게 됐음을 용서해 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연극을 향해 걸었던 길과 착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의 꿈은 의심하지 말아주기를 기도 드린다"고 덧붙였다. ☞ 윤석화 씨의 글 "고백합니다" 전문
"간판 없으면, 외면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 vs "윤석화는 학벌주의 피해자가 아니다"
이런 윤 씨의 고백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15일 하루 내내 다양한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윤 씨의 학력 위조에 대해 동정론을 펼치기도 했다. 윤 씨가 거짓말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실력만으로 인정받기 힘든 한국 문화예술계의 고질적 병폐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종 방송에 출연하여 '행복전도사'로 명성을 얻은 정덕희 씨의 경우도, 본인은 스스로 고졸이라고 밝혔으나 정 씨를 소개한 언론과 교육기관이 학력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동정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그럴듯한 학력의 간판이 없으면 언론과 학계가 외면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는 것.
그러나 이런 여론은 2005년 5월 <신동아>와 윤 씨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균열이 생겼다. 당시 윤 씨는 "제가 연극영화과를 나오지 않았잖아요. 제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기가 힘든 거예요. 다른 배우들이 '윤석화 네가 연극에 대해 뭘 알아' 하면 저는 속으로 '너네들 공부 못했으니까 드라마센터 갔지. 나는 그래도 이대 출신이야' 했지만 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죠"라고 말했다.
요컨대 윤 씨는 어쩔 수 없이 학벌지상주의에 편승한 경우라기보다, 스스로 학벌주의를 활용한 경우에 가깝다는 것.
엉뚱한 연예인들에게까지 불똥
한편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평소 유명 대학을 나왔다는 점을 종종 내세웠던 연예인들에게 화살이 돌아가기도 했다.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인 타블로(본명 이선웅)가 그 대상이 됐다. 누리꾼들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 영문학 석사라는 타블로의 학력도 혹시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타블로'와 '타블로 미니홈피'가 15일 오후 내내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 석사라는 타블로의 학력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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