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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다 말고 울리다 말고

[최광희의 휘뚜루마뚜루 리뷰]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날도 덥고, 뉴스도 암울한데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은 마음이야,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의 취향대로라면, 절대 극장 가서 돈 내고 보지 않을 것만 같은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의 시사회를 찾은 것은 순전히 그래서였다. 이 영화가 과연 어떻게 웃겨줄지, 애초부터 크게 궁금해할 건더기는 없었다. 허우대 멀쩡한 정준호가 예의 사면초가 상황에서 어쩔줄 몰라할테고, 김원희 역시 그 아리따운 몸매와 행동의 부조리적 미학을 만들어내며(같은 계열로 바통을 이어받은 현영도 요즘 대동소이한 방법론으로 맹활약중이다) 폭소를 자아낼 거야 안봐도 디빅스 아니가. 다만 둘의 궁합이 제대로 만나서 이 짜증나는 계절에 웃음의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기만을, 소박하게 바랐던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이여, 그냥 웃길 때 크게 한번 웃어보자, 애써 심호흡하며 마음을 비우려 엄청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알아 달라.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프레시안무비
결과적으로 나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과 같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내가 보기에 그는 까칠하고 싶어서 까칠한 게 아니다. 좋은 소리 못할 바에 쐐기를 박는 건, 그가 사실은 굉장히 너그럽기 때문이다). 즐기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다.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는 전형적인 코미디 흥행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다. 답습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제대로 답습하라 이거다. 치명적인 것은, 그렇다고 앞에서 웃기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슬프지도 않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마파도>나 <귀신이 산다> 같은 코미디에는 흔쾌히 껄껄 웃었던 전력의 소유자이니 괜히 트집 잡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웃다가 울어 어디에 털나도 좋은데, 털은 커녕 썰렁해서 닭살이 돋을 지경이니 극장 문 나서며 대패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름대로 애써 만든 영화 폄훼하는 근거가 뭔가? 물으신다면, 나는 이럴 때 내 직업이 가장 고통스러워진다. 참 근거 대기 힘든 '안습' 영화에 애써 근거를 찾아야 하니 말이다. 그냥, 그냥...별로 안웃긴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프레시안무비
뭐 굳이 근거를 대라면 이렇다. 너무 일찍 시작된 신파가 채 웃지 못한 여운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뻔한거 아닌가. 작업의 달인 사랑방 선수와 청상 과부 어머니의 동상이몽이 이러쿵 저러쿵 파열음을 내다가 끝에 가서 선수는 개과천선하고 어머니는 진심을 확인한다...기타 등등. 그 뻔한 결말에 너무 일찍 돌입해 버려, 이거 뭬야 좀 웃기려다 말잖아, 잔뜩 실망감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거기에다 어쭙잖게 눈물 콧물까지 쥐어 짜려 드니 더 짜증이 난다는 말씀이다. 시사회에 앞서 무대 인사에 나선 정준호는 말했다. 한국영화, 어렵다. 관객들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사실이다. 그런데 한마디 보태자. 부디 사랑스러운 영화를 만들어 달라. 자꾸 '안전빵'으로 가다보면, 제 아무리 사랑으로 충만한 관객들이라도 일순간에 배신할 수 있다. 언제까지 짝사랑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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