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장커 감독 ⓒ프레시안무비 | |
- 비자 문제 때문에 어렵게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 소감을 말해달라. 원래 어제 도착했어야 하는데 저녁 7시에야 비자가 나왔다. 중국에서 이곳은 1시간 거리이지만 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두 나라가 영화를 통해 대화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 모든 감독들은 일생에 거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토록 여러 편의 작품을 찍는다고들 한다. 당신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픈 그 '하나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 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람이 누군가를, 무엇을 '선택'하면서 겪게 되는 행복과 그가 갖게 되는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 감독의 글을 보니 중국에 대한 어떤 자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 감독이 표현하고픈 세계관은 무엇인가? <스틸 라이프>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 최대 수력발전소인 산샤댐이 건설되면서 100만 명이 이주를 해야 했고, 7, 8개의 도시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다. 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현재 중국은 빠른 속도의 발전을 경험하면서 물질의 현대화, 그리고 사랑의 현대화를 경험하고 있다. 남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 이전 영화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금지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인정을 받은 후 변화가 있었는가? 유일하게 딱 하나 변한 게 있다. 이전에 금지됐었던 영화들이 상영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는데, 극장에서 내 영화를 상영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헐리웃의 대작들을 상영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북경에서 12개의 스크린이 있는 멀티플렉스에서 단 한 편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상영한 적도 있다. 앞으로 천천히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 중국에서 영화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관계자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중국의 젊은 감독들에 대해 중국을 너무 차갑게 바라본다며 비판했다고 들었다. 감독의 견해는 어떤가? 안그래도 그 발언이 나왔을 때 중국 내부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찍을 뿐이다.
지아장커 감독 ⓒ프레시안무비 | |
- 장예모나 첸 카이게 등의 감독들도 요즘 사극을 찍고 있고, 전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사극이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요 같은 게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상영 전 심의가 있기 때문에 현실과는 거리를 둔 사극들을 많이 찍는다. 또한 <와호장룡>과 같은 무협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응면서 무협 사극이 많이 제작되는 경향이 있다. 내 경우 사극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유감을 가지고 있다. 현실을 다루는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 - 당신의 영화는 중국의 젊은 대중들에겐 어느 정도나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가? <스틸 라이프>가 중국에서 60만 명 가량의 흥행을 동원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다.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평을 올리는 이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내 영화는 젊은 층에서 각광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이를 나누는 것 같다. 내가 이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현대'를 다루는 영화들은 대체로 새로운 매체, 즉 DVD나 인터넷 등에서는 많은 각광을 받지만, 전통적인 극장에서는 이에 비하면 별로 반응이 없다. 내 영화는 젊은 층에게 더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스틸 라이프>가 프랑스에서도 21만 명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주성치의 <쿵푸허슬>이나 유위강, 맥조휘 감독의 <무간도>보다 훨씬 높은 흥행수치이다. 또한 <동>과 <스틸라이프>의 배경이 된 산샤에도 여행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북경과 산샤의 거리는 북경과 서울보다 더 먼데도 그렇다. 어느 나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자기 세계 바깥의 새로운 세계를 아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영화가 젊은이들, 그리고 외국인들이 자신이 아는 세계 이외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었다는 생각에 만족하고 있다. - 칸영화제에서 인터뷰하던 당시 우리나라의 안성기, 오정해 같은 배우를 주연으로 탈북자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유효한가? 탈북자 영화는 아직 준비 중이고 정식으로 시작을 하진 않았다. 다음 영화를 브라질에서 찍을 예정인데, 이 영화는 내가 연출하는 건 아니고 내 촬영감독이 내년에 작업할 영화다. 이 영화를 위해 안성기와 계속 연락중이다.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 - 이번 베니스에서 발표하는 신작은 어떤 영화인가? <무용>이라는 영화로, 영어로 하면 'Useless'이다. 중국의 한 여성 디자이너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내가 원래 계획하고 있던 다큐멘터리가 세 편이 있는데, 세 편 다 여성 예술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한 명은 화가이고 한 명은 디자이너이다. 그 세 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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