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주로 'disabled'나 'handicapped'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당신은 어떤 말을 쓰나요? 얼마 전에 한 서점의 화장실에 가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장애우'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는 '장애우'란 말을 선호한다고 한 사람이 50%나 되었다고 합니다. '장애우'란 말은 '장애인'에서 단순히 '사람'을 뜻하는 '인(人)'이라는 말 대신 '친구'를 뜻하는 '우(友)'라는 말을 쓴 것이죠.
그러니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친구' 정도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이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말일 겁니다. '장애인'보다 '장애우'가 좀더 친근하게 들리나요?
그런데, '친구'라는 호칭은 관계적인 개념입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지, 나 자신을 '친구'라고 호칭할 수는 없죠. 이런 점에서 '장애우'라는 말은 정작 장애인들 자신은 자신들을 부를 때 쓸 수 없는 말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나는 장애우입니다(나는 장애를 가진 친구입니다)"라고 할 수는 없겠죠.
게다가 '장애우'란 말은 비장애인들 중심으로 '장애인을 친구로 보자, 혹은 봐주자'와 같은 동정적인 느낌이 강한 말입니다. '장애인'보다 친근한 호칭은 비장애인에게나 필요한 것이었지, 정작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호칭은 아니었던 것이죠.
'장애자'란 말도 장애인을 낮추어 부르거나 비하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권운동가들이 그리 선호하는 말은 아닙니다.
'unable'
더 충격적이었던 건, 'unable'. 혹시 'unable'이란 영어 단어의 뜻을 알고 있나요? 사전을 찾아보면 'unable'은 '할 수 없는, 무력한, 약한, 자격이나 권한이 없는' 등 대충 이런 뜻이더군요. '장애우'는 'unable'? 장애인은 무언가를 할 수 없거나 무력한 사람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없거나 무력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장애인들 중심으로만 되어 있는 이 사회의 구조가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하게 하고 무력하게 하는 것이죠.
이 사회의 구조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졌다면 장애인이 '할 수 없는(unable)' 사람일 리는 없을 겁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한 대형서점의 화장실에 아직도 장애인을 오해하고 무시하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니, 우리 사회의 장애 인권 수준이 참 초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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