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디지털 덕분에 부활한 아날로그 영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디지털 덕분에 부활한 아날로그 영웅

[최광희의 휘뚜루마뚜루 리뷰] <다이하드 4.0>

<다이하드 4.0>은 영악한 영화다. 디지털 테러리즘에 맞선 아날로그 영웅의 사투라. 죽이는 컨셉 아닌가. 웹2.0이 뭔지도 모르고, 'OTL'이니 '안습'이니 요즘 애들 하는 얘기들 도통 알아먹지 못해 답답하기만 한, 아니 답답한 정도를 넘어 문화적 소외감까지 느껴야 하는 기성 세대들에게 보란 듯이 '그대들이 원래 영웅이었다'며 등을 도닥여 준다.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다 큰 딸에겐 옆집 강아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퇴물, 그래도 여전히 무식하게 몸을 날리는 존 맥클레인(부르스 윌리스)이 최첨단 해킹 테크닉으로 중무장한 녀석들에게 천천히 본때를 보이며 아날로그의 최종 승리를 확인시켜줄 때, '그래 저거였어' 무릎을 치며 눈물 흘리실 어르신 적지 않을게다. 디지털? 까고 있네. 0과 1의 조합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늬들이 주먹맛을 알어? 해커들을 때려부수며, 전투기 로켓포와 '맞짱' 뜨시며, 우리의 아날로그 영웅은 그렇게 전진하고야 마는 것이다.
다이하드 4.0 ⓒ프레시안무비

이건 아날로그의 복권이자 권위를 상실한 아버지의 복권이기도 하다. 극장은, 틈만 나면 핸드폰 액정에다 코 박고 있는 애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그들에게 <다이하드 4.0>은 미소를 보낸다. 이 세상은 네트워크 이전에 아버지들이 생고생하며 맨몸으로 일구어낸 실체인거라고, 암! 여기까지라면 이 영화가 영악하다는 단정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냥 4편도 아니고, 애써 4자 뒤에다 '쩜영'을 붙인데서도 짐작할 수 있 듯, 그렇다고 디지털을, 또한 디지털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친구들을 막무가내로 훈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날로그 영웅의 익스트림 스포츠적 액션의 경지는, 디지털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0과 1의 조합이 아니라면, 그가 어찌 초음속 전투기를 상대로 다리 위에서 한판 붙을 수 있었겠나! 제작진이 모를 리 없다. 향수 자극에만 그쳤다면, <다이하드 4.0>은 철 지난 시리즈의 눈물겨운 리메이크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것을. 게다가 존 맥클레인을 모르는 20대가 부지기수일텐데. 이 아날로그의 복권을 빙자한 아버지의 복권 퍼포먼스는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게 때론 더 유효할 수 있다는 이치만을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귀염둥이 어리버리 해커 매튜 패럴(저스틴 롱)이 퇴물 형사의 죽기도 어려운 여정에 따라 붙어 여성 관객들의 므흣한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매는 한편, 섹시한 악당 매기 큐의 농염한 쌈박질에, 테러리스트한테 붙잡히고 만 맥클레인의 딸이 차라리 예뻐 보일 정도로 튼튼한 심지로 그 유전자 어디 가지 않음을 입증한다.
다이하드 4.0 ⓒ프레시안무비

마침내 결말에 이르면, 불도저처럼 아날로그 파워의 우월성을 밀어 붙였던 이 대머리 구세대 아저씨는 젊고 핸섬한 신세대 녀석에게 살짝 해결사의 자리를 양보해 주니 이 아니 아름다운 풍경이겠는가. 게다가 한말씀 보태신다. '네가 영웅이야!' 세월의 변화를 역류하지 않고, 세대의 뒤바뀜을 관용하는 자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절묘한 화해, 더 없이 기막한 흥행 전략! 이래서 <다이하드 4.0>은 어렵지 않게 징그럽게 커버린 꼬마 마법사(이젠 이런 표현조차 어색하다)로부터 흥행 바통을 순순히 넘겨 받을 수 있었다...는 게 나의 해몽이다. 첫 주말 168만 명. 많이도 들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